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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장례 문화

박동서 목사

미라클랜드 침례교회 담임목사

90세까지만 해도 강건하시던 장인어른이 여러 가지 신체 기능이 떨어지다가 신장 투석까지 받고 입원해 계시더니 갑자기 심정지가 와서 소천을 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내와 함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예약하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간신히 발인 예배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장례 절차와 준비는 소위 상조회에서 거의 완벽하게 진행하고 있었고 빈소 옆에는 상조회에서 나온 분들이 가족과 문상객을 위해 아침 식사까지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미처 상복을 준비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는 남성용 검은 색 양복과 여성용 원피스 혹은 한복을 대여해 주었습니다. 이미 친지들은 지난 이틀 간 빈소를 지키고 있었고 병원 원목으로 계신 목사님이 오셔서 기독교식 천국환송예배를 인도하셨습니다. 미국에서 온 사위가 목사임을 알고는 저에게 기도를 부탁하였습니다. 예배가 끝나자 운구위원들과 함께 상조회가 준비한 장의 리무진 차에 시신을 넣은 관을 옮겨 싣고 가족들과 하관까지 참석을 원하는 문상객들은 별도로 준비된 대형버스에 태우고 장지로 향하였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하관 예배를 인도하게 되었습니다. 이상은 한국에 계신 부모나 친지 어르신들의 장례식에 참석해본 대부분의 미주 지역 목회자분들과 교민들이 경험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많은 편리함과 현실적인 당위성이 인정되더라도 타국 땅에서 40년 가까이 살면서 미국의 장례문화를 경험한 사람으로, 지금은 병원채플린으로 일주일에도 서너 명씩 세상을 하직하는 환자들의 가족들을 돕기 위해 장례식을 인도하거나 장례준비에 조언을 해주는 일선 현장의 사역자로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소견을 나누고자 합니다. 실정을 모르는 경솔한 지적이 될 지도 모르지만 좀 더 근본적인 비교를 통해서 성경적이면서도 검소한 장례 문화정착을 위한 건설적인 제언으로 받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장례 대 화장: 동양에서는 유교적 사고의 영향으로 화장을 꺼려온 게 사실입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를 소각해서 훼손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양반층은 대개 선산이 있어서 조상들과 후손들까지 한 곳에 매장을 하고 화려한 비석을 세워 자신들의 권세를 자랑하는 도구로 삼았고, 풍수가들은 조상 묘자리를 잘 써야 후손들이 잘 된다는 혹세무민적인 말로 사람들을 미혹시켰습니다. 서양에서는 유태인들이 부활에는 영혼이 들어가야 할 원래 자신의 육신이 남아있어야 한다는 관습을 지켜서 지금까지도 화장을 금기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묘지로 쓸 수 있는 땅이 줄어들고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자 이제는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천주교나 개신교인들마저 대부분 화장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일수록 남은 가족들의 연령층이 젊을수록 화장을 하며, 한국에서는 납골당이 보편화되고 수목장과 같은 자연친화적인 장례문화가 점점 더 호응을 얻는 추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조회와 병원장례식장(한국) 대 전통적인 장의사와 공원묘지(미국): 미국이나 서방국가들은 오랜 시간 장의사들에 의해 거의 독점적으로 공원묘지와 장례품(관)을 공급하며 병원으로부터 시신을 인도받고 유족들의 장례식장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위 장의사(Funeral Director)들이 모든 법적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병원이 장례식장을 자체 시설이나 비즈니스로 할 수 없게끔 제한을 받고 있고, 시신을 검시하는 Medical Examiner의 허가가 떨어지는 대로 환자 가족들이 선택한 장의사가 시신을 인도해 갈 때까지만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장례 문화 비교: 3일 간 문상을 받는 관습 때문에 유족들은 장례식장에 마련된 숙소에 머물면서 사흘 동안 빈소를 하루 24시간 지키는 엄청난 고통을 받습니다. 문상객들은 3일 중에서 자기가 편한 시간대를 택해 찾아와서 조문을 하는 편리함을 고수하려고 합니다. 미국같이 기껏해야 발인 전에 소위 Viewing이라는 조관예배를 발인 전에 하고 발인과 하관(매장)을 반나절 정도에 다 마치는 실용적인 제도가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미주교포들이 한국식으로 조객들을 대접하기 위해 식당을 예약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조객들은 유족들을 위로하고 곧바로 장례식장을 떠납니다. 요란스러운 재활용되는 꽃 화환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화환 수가 얼마나 되는 가에 따라 고인의 지명도와 가문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극히 세속적인 전통이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었습니다. 장인의 장례식장에 써 붙인 “일체 부의금이나 축하 화환은 사절합니다”라는 문구가 신선하고 낯설게만 느껴지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한국의 현대적인 납골당 문화는 재정적 비용절감이나 환경 친화적인 면에서라도 널리 알려지고 전파되어야겠지만, 과소비와 허례허식의 표상같이 되어 있는 화환, 음식대접, 부담스러운 부의금, 장시간에 걸친 문상 등은 하루속히 시정되어야 할 제도 같아 보입니다.                                                                

  td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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