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특|별|기|고 북가주 홀사모 선교 사역 27년 보고와 은혜의 나눔

“가장 외롭고 낮은 곳에 피어난 소망의 그루터기” -신태환 목사 (시온장

이민 목회의 길은 거친 광야를 걷는 여정과도 같습니다. 메마른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눈물로 제단을 쌓는 목회자의 뒤에는, 묵묵히 기도와 헌신으로 그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동역자, 바로 ‘사모’가 있습니다. 교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성도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목회자가 말씀과 기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평생을 바쳐 헌신하는 보이지 않는 기둥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소천으로 남편 목회자를 떠나보내게 될 때, 홀로 남겨진 사모들의 삶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주거의 불안, 미약한 경제적 기반으로 인한 생계와 자녀 학비 문제 등 가혹한 현실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세상의 빈곤과 교계의 무관심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홀사모’들은 영적·경제적 고립이라는 가장 외롭고 처절한 자리에 서게 됩니다.

“우리가 돌보지 않는다면, 교회를 위해 평생을 바친 이분들을 과연 누가 돌볼 것인가.”

이 거룩한 질문에 답하며 27년 동안 묵묵히 어둠을 밝혀온 소망의 그루터기가 있습니다. 바로 북가주 버클리 시온장로교회가 눈물과 기도로 가꾸어 온 ‘홀사모 선교 사역’입니다.


지난 2024년 행사를 마치고 참석지 못한 장학금을 대리인에게 수여한 모습. (왼쪽부터 천정만 담임목사, 신태환 원로목사 및 장학금 대리 수여자)

한 사모의 눈물에서 시작된 사랑

 

사역의 시작은 1999년, 산호세에서 개척 목회 중 암으로 소천한 고(故) 이성훈 목사의 유가족 소식이었습니다. 홀로 남겨진 이에스더 사모와 세 자녀가 생계의 위협 속에 있다는 소식은 북가주 교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시 개척 초기였던 시온장로교회(담임 신태환 목사)는  “먼저 간 동역자의 가족을 돌보는 것은 교회의 책임”이라는 마음으로 제1회 ‘사랑의 성가제’를 열었습니다. 성가제를 통해 모인 성금은 절망 속에 있던 사모와 자녀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영적 그루터기가 되었습니다. 훗날 이에스더 사모는 《하나님, 왜 그리하셨나요》라는 신앙고백서를 출판하며 교회의 사랑을 간증했습니다. 작은 나눔으로 시작된 이 사역은 북가주 교계를 깨우는 사랑의 물결로 확장되었습니다.

 

27년 동안 멈추지 않은 신실한 보고

 

시온장로교회는 성도 100명 남짓한 작은 교회였습니다. 재정적 여유가 있어서 시작한 사역이 아니었기에, 매년 성가제를 이어가는 일은 현실적 한계와 영적 전쟁의 연속이었습니다. “작은 교회가 감당하기엔 벅차다”는 우려도 많았지만, 사역은 단 한 번도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예배가 금지되었을 때, 교회는 성가제를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비대면 모금 캠페인을 앞당겨 진행했습니다. 북가주 지역 동포들과 여러 교회가 마음을 모았고, 오히려 예년보다 더 풍성한 후원금이 모여 어려움에 처한 사모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팬데믹의 벽조차 뛰어넘은 신실한 사랑의 보고였습니다.

 

국경을 넘어 이어진 따뜻한 연합

 

이 사역이 오랜 세월 신뢰를 얻은 이유는 단순한 일회성 구제가 아니라 인격적 존중과 지속적 동행에 있습니다. 교회는 매년 5~6명의 사모에게 3,000달러의 생활비, 자녀가 학업 중일 경우 1,000달러의 장학금을 더해 총 4,000달러를 지원합니다. 젊은 홀사모들이 자녀를 신앙의 세대로 길러낼 수 있도록 수년에 걸쳐 꾸준히 돕는 것입니다. 사역의 지평도 넓어져 미국 전역과 캐나다, 한국 농어촌 및 미자립교회 홀사모들에게까지 사랑이 흘러갔습니다. 성가제는 지역 사모합창단, 밀알선교단, 남성중창단 등 교파를 초월한 음악인들과 언론, 기업들이 함께 참여하는 아름다운 연합의 장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바톤 터치, 계속될 소망

 

2024년 10월, 시온장로교회는 신태환 목사의 원로 추대와 천정만 목사의 제2대 담임 취임이라는 은혜로운 세대교체를 맞았습니다. 신 목사가 평생 품었던 기도, “홀사모 사역이 끊기지 않게 하소서”는 신실하게 응답되었습니다. 후임 목회자와 성도들은 이 거룩한 유산을 기쁨으로 이어받았고, 2025년에도 변함없이 ‘제27회 홀사모 돕기 사랑의 콘서트’를 성료했습니다. 세대교체 속에서도 사역이 흔들림 없이 계승된 모습은 교계에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KAPC 온 교단이 함께 품어야 할 소망의 그루터기

 

성경은 참 과부와 고아를 환난 중에 돌보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정결한 경건이라 말합니다(약 1:27). 홀사모들은 단순한 구제 대상이 아니라, 우리 교단과 교회의 오늘을 위해 눈물로 헌신한 하나님의 군사들입니다. 이분들은 우리 가운데 남겨두신 ‘소망의 그루터기’입니다.

한 작은 교회가 27년 동안 묵묵히 지켜온 이 순결한 사역은 이제 시온장로교회만의 헌신을 넘어, KAPC 총회와 모든 노회, 지교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거룩한 멍에입니다. 

<정리: 이성자 기자>

07.18.2026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