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usa Pacific University교수)
사회 정서적 기능의 중요성
코로나 정국이 지속되는 동안 우리들에게 미치는 여러 요인들 중의 하나는 아이들의 사회적 정서적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정신적 질환을 경험하고 있다는 보도를 이미 지난 호에서 이야기 한 바 있지만 정작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겪는 정서적 사회적 능력의 저하와 기능결핍이 이미 위험수준을 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이래 학교가 문을 닫고 온라인, 혹은 Zoom등을 통한 비대면 교육이 시작한 이래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특히 수학에서의)가 많이 하락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지만 교육학자들이 보다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학생들의 사회적 정서적 능력이 자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교육은 사실 신체적, 지적, 사회적, 도덕적, 영적 전 영역에서의 전인적인 발달을 목표로 한다.
개념 없는 학부모들이야 자녀들이 다른 영역의 발달에는 무관심하고 오직 학업 성적만 좋게 받아 아이비리그 대학에 들어가면 족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는 천만의 말씀! 정작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고 한 시름 놓은 그 순간에 예상치 못한 자녀들의 심각한 사회 정서적 부적응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학부모들을 필자는 많이 보아왔다. 어느 날 자녀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자살충동에 빠진다거나 혹은 약물중독 등 많은 사회 정서적 부적응의 늪에 빠져버린 것이다. 왜 그런가? 바로 사회 정서적 발달을 등한시한 결과이다.
Common Core State Standards에서 가장 중요시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사회 정서적 기능의 발달이다.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네 가지 기능이 바로 의사소통, 협동, 비판적 시각, 그리고 창의성이다. 대부분이 바로 사회 정서적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사회 정서적 기능은 책에서 암기하는 지식은 아니며 지적 기능이 높다고 해서 덩달아 성숙되는 것도 전혀 아니다. 이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 도중에 발달되어져가는 대인관계 기능이다. 때문에 코로나 정국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또 선생님들 또는 친구들과 만남이 어렵고 거의 혼자 지내야 하는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정서적 기능이 잘 자라기는 만무하다. 이는 우리 자녀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현실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질문해 보자. 귀하는 이전보다 더 심한 고독감,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은가? 조그만 일에도 버럭 화를 내는 일이 많아지고 있지 않은가? 별 의욕이 없고 조그만 일에도 쉽게 좌절해 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예전에는 길을 가다 만난 홈리스들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갑을 만지작거렸는데 지금은 냉담한 마음이 들고 있지는 않은가? 밤에 특별한 이슈도 없는데 쉽게 잠을 잘 수 없어 뒤척이며 시간을 지새우고 있지는 않은가? 뭔가 잘못 되는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과도하게 불평하고 있지는 않은가? 바로 이런 증상들이 사회적 정서적 정서들이 고갈될 때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사회적 정서적 능력 다섯 가지
그러면 사회 정서적 영역이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이를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내가 누구인가를 잘 아는 능력이다. 나의 강, 약점과 나의 성품,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소를 잘 아는 것을 말한다.
요즘 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바로 비인지적(Non-cognitive) 요소의 중요성이다. 학생들의 학업성적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무엇일까? 예전에는 학생들의 인지적(cognitive) 능력(예를 들면 지능지수, 시험성적, 학점 등)을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그러나 학자들은 많은 연구 결과 바로 비인지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짓고 있다.
비인지적 요소란 학생 스스로 느끼는 자세, 태도, 가치관 등을 말하는데 학자들은 이런 요소가 학생들의 사회 정서적 발달을 이끌 뿐 아니라 바로 이런 요소가 학생들의 학업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결론짓고 있다. 자신감, 불굴의 정신, 포기하지 않은 자세, 자기 절제력, 용기 등이 바로 대표적인 비인지적 요소인데 이미 Angela Duckworth는 이를 Grit으로, Carol Dweck은 Growth Mindset이라고 규정지은 바 있다.
자기를 잘 아는 사람은 모든 것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 비록 코로나 팬더믹 때문에 미래가 불확실하게 보여도 그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자신 성장의 발판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신감과 비인지적 요소를 학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소가 어디일까? 바로 가정이며 교회이다.
비인지적 기능이 더 중요...사회 정서적 능력은 대인관계 경험 통해서만 습득
5가지: 자기이해력, 감정통제력, 인지적 조절력, 대인관계 능력, 공적 책임감
자녀들이 실수를 해도 용납하고 재차 기회를 주고, 사랑으로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그런 가정 혹은 교회의 분위기에서 아이들은 자신감을 배우게 되고 이를 밖으로 자신감 있게 펼쳐 나가게 되는 것이다.
사회 정서적 능력의 둘째 요소는 자기 자신의 감정과 정서를 적절히 규제하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이 결여되어있는 아이들은 어려움이나 힘든 순간이 오면 정서를 폭발시키든지, 자신을 도피시키든지,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사회 정서적 스킬은 스트레스가 와도 이를 적절히 통제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비록 어려운 환경이 와도 이를 스스로 통제하여 어려움 중에 평안을 누리는 여유를 갖게 한다.
사회적 정서적 능력의 세 번째 요소는 인지적 조절이다.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수행하는 계획을 잘 수립하며 적절한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에 적절히 대처해 나간다. 그리하여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많고 인내력을 발휘하여 세워진 목표를 달성해낸다.
넷째,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효과적이고 성숙한 의사소통과 문제해결능력을 통하여 공동의 발전을 도모하게 한다. 상대에 대한 공감능력을 통하여 다른 사람을 보다 잘 이해하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며 서로 돕고 상부상조하는 생활을 유지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 정서적 능력은 각자가 사회의 책임 있는 성원으로서 공적 책임감을 가지고 이를 실천하게 한다. 불의에 과감히 대처하고 자기에게 부여된 윤리적, 도덕적 책임을 다하게 궁극적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하게 한다.
이러한 다섯 가지의 사회 정서적 능력, 곧 자기 이해력,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통제하는 능력, 인지적 조절력, 대인관계 능력, 그리고 공적 책임감 등은 책에서 배울 수 없고 원활한 대인관계의 경험을 통하여 자신을 통찰할 때 습득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스킬이다. 이는 우리 자녀들이 다가오는 세대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체득해야 되는 21세기 리더십 스킬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교회와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이러한 사회 정서적 능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 정서적 기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까? 다음 호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우선 2가지를 명심하자. 관계성과 자기 정체성. 이를 위해 신뢰롭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여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자기 이미지를 형성하도록 도와 적극 도와주자. 교회에서 이러한 스킬이 개발되도록 교회교육이 어떻게 조직되어야 할까? 다음 호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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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