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St. John’s UMC)
우리 가족이 한국에 방문하는 동안 미국도 폭염으로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계속되는 고온으로 카운티에 모든 야외활동을 취소하고 자제하라는 여름 건강 주의 소식이 계속 이메일로 왔다.
어느새 두 달이라는 긴 시간이 다 가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주말이 되었다. 서울 중심에 숙소를 예약하여 여유 있게 우리 가족들만의 한국방문을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돌아갈 가방을 싸고, 교회, 친구, 지인들의 선물을 넉넉하게 준비하였다. 특별히 남편의 휴가기간 동안 교회와 예배를 섬겨주신 교회 사역자들과 지난 7년 동안 우리 가정을 진심으로 사랑해 준 성도님들 각 가정의 선물을 하나하나 준비하는 일은 정말 기쁘고 즐거운 쇼핑이 되었다.
한국방문 기념품들을 쇼핑하기는 여전히 남대문시장이 가장 종류도 많고 가격도 합리적이라고 하여, 우리도 남대문시장으로 향했다. 많은 상점들을 구경도 하고 가격도 비교하여 작고 소박하지만 친절한 여사장님이 계신 곳에서 쇼핑을 했다. 그 후 주일에 명동에서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 예배를 드린 후 아이들과 명동 관광도 하고 부족한 선물을 더 구입하려 남대문으로 향해 처음 물건을 구입했던 여사장님 가게로 갔다. 다른 상점들은 주말을 맞아 모두 호객을 하며 큰 골목이 꽉 차도록 많은 관광객들을 열심히 맞이하는데, 이상하게 그곳만 문이 닫혀있어 옆 가게에서 구입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시력이 워낙 좋지 않아 특별한 수입 안경렌즈를 사용하는 남편이 미국에 와서도 오랜 시간 이용하는 남대문 안경점에 주문한 안경을 찾으러 가며 기념품 가게를 지나게 되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정신없이 걸어가던 우리 가족을 여사장님께서 먼저 알아보시고 아직 미국에 안가셨냐고 인사를 건네셨다.
우리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지난 일요일에 왔는데 문을 닫으셨다고 말씀드리자 “주일은 교회에 가야해서 가게 문을 닫아요. 일요일에 문 닫는 가게는 여기 남대문에서 저밖에 없어요.” 하신다. 남편과 나는 반갑고 감사한 마음에 우리는 목사와 사모라고 얘기하며 쉽지 않으실 텐데 대단하시다고 하자 “대단하기는요, 주일에 예배드리러 가는 건데요.” 하며 웃으신다. 그리고 왜 이렇게 한국 기념품을 많이 구입하시냐고 물으신다. 남편이 우리는 한인이민교회가 아니고 미국인회중교회여서 성도님들 선물이라고 말씀드렸다. 어쩐지 원래 이렇게 많이 구입하면 가격을 더 많이 깎으려고 흥정과 실랑이를 하는데 두 분은 그런 게 없으셔서 기억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나는 그 얘기를 듣자 마음속으로 ‘아이고,,, 정말 다행이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는 고백이 나왔다. 혹시라도 내가 아줌마 특유의 “많이 샀으니까 싸게 해주세요!”라고 한마디라도 했었다면 서로 이렇게 아름다운 대화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더운 여름 건강 유의하시고 다음에 또 뵙기를 소망하며 우리는 기분 좋게 헤어졌다.
마치 크리스마스 산타가 된 것 같은 행복하고 흥분된 마음으로 각각의 이름이 적힌 예쁘게 포장한 선물과 함께 미국에 돌아와 첫 주일예배를 드렸다.
무척 보고 싶었다고 하시며 가족들과 좋은 시간이 되었냐는 인사와 함께 따뜻한 포옹과 미소로 맞이하는 성도님들의 환영에 마음이 뜨거워진다. 예배 후 나누어 드리는 작은 선물에 모두들 놀라고 기뻐하시는 모습에 내가 더 행복해진다.
아이들과 사택으로 걸어가는데, 교회 주차장을 나가시는 한 성도님이 차 창문을 내려 외치신다. “Ms, Hannah! Welcome Home again! See you next Sunday!!"
songjoungim@gmail.com
08.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