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칼럼니스트)
World Share USA 대표
1848년에 카를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동 집필하여 세상에 내놓은 <공산당 선언> 서두에 “지금 유럽에 새로운 유령이 출현했다”라고 쓰여 있다. 이어서 등장하는 문장에서 “그 유령이 바로 공산주의 유령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공산주의 선언은 23페이지에 불과한 문서이지만 인류 역사를 뒤집어 놓은 그야말로 공산주의 유령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1981년 10월 프랑스의 유력언론인 <르몽드>는 140여년 전의 <공산당 선언>의 첫마디를 흉내 내며 포스트모더니즘의 출현을 알렸다. “지금 유럽에 또 하나의 유령이 출몰했다. 그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이다.”라고 보도했다. 그 당시 이미 유럽 사회는 상당 부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권 아래 있었고, 21세기 사회는 거의 모든 분야가 포스트모더니즘 영향 아래에 있다.
현대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가 건축, 문학, 무학, 예술, 영화, 과학, 종교, 철학, 사회이론, 신학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하나의 현상이 아니고 다양한 현상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정신과 철학을 아우르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개별성, 다양성, 특수성을 인정하는 다원주의 철학과 문화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종교에 적용되면 종교 다원주의가 된다.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진리가 부정당하고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진리가 존중받기 때문이다. 복음주의 신학에서 종교 다원주의는 어느 이단보다 더 무섭고 해악이 크다. 한국 침신대학 김종걸 교수는 “현대교회가 직면한 가장 어렵고 보편적인 문제가 종교 다원주의다.”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포스트모더니즘이 주장하는 상대주의(Relativism)와 다원주의(pluralism)는 기독교의 성경과 교리의 권위를 부정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든 사조가 나름대로 가치가 있고 또 절대성을 주장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한다. 이런 철학은 성경의 가르침이나 예수 그리스도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절대적 진리를 주장하는 기독교의 선교를 위협한다.
나아가 포스트모더니즘은 거대 담론(Meta Narrative)을 거부한다. 거대 담론의 거부는 기독교에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거대 담론의 종교다. 하나님의 섭리, 창조의 역사, 구속사 그리고 세계 선교 담론은 역사와 우주를 담는 거대 담론이다.
이런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선교를 크게 위협한다. 이를테면 선교의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다양한 종교가 진리를 갖고 있다면 기존의 종교가 있는 지역에 새로운 진리를 전하는 기독교를 전하는 선교는 의미가 없다.
C.S. 연구소 수석 연구원과 믿음, 일 그리고 경제 연구소(Institue for Faith, Work, & Economics) 부소장을 지냈던 C.S. 루이스 연구가인 아츠 린즐리(Art Lindsley) 박사는 포스트모더니즘과 CS. 루이스의 관계를 연구했다. 아츠 린즐리 박사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C.S.루이스의 견해”라는 소논문에서 C.S. 루이스가 포스트모더니즘이 만개한 시절에 활동한 것은 아니지만 C.S. 루이스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고 소개한다.
아츠 린즐리 박사는 C.S. 루이스가 포스트모더니즘을 한편으로 수용했고, 한편으로는 반대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루이스 시절의 포스트모더니즘과 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과는 큰 차이가 있었음을 전제해야 한다.
먼저 C.S. 루이스가 포스트모더니즘을 수용한 부분을 정리해 보자. 첫째로 루이스는 지식의 한계를 인정한다. 지식으로 실제(Reality)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포스트모더니즘과 C.S. 루이스가 같다. 둘째로 관점이 시야를 결정한다는 점을 포스트모더니즘과 루이는 공유한다. 삶의 자리와 인격이 관점(perspective)을 결정한다. 셋째는 우리 관점(Perspective)이 우리 역사관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C.S. 루이스는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견해다. 넷째 우리의 신관은 완전하지 않다는 견해는 포스트모더니즘과 같다. 루이스는 “우리의 신관은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다섯째 문화가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포스트모더니즘과 C.S. 루이스가 공유한다.
다음은 C.S. 루이스가 당시 영국 지식층이 공유하던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장 중에 수용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첫째로 루이스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주장하는 절대 진리의 부재를 부정한다. 루이스 자신이 회의주의자로 불신자가 되었다가 회심했다. 그는 자신이 절대 진리인 기독교 복음을 수용할 뿐만 아니라 절대 진리를 전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알고 전도했다. 둘째로 C.S. 루이스는 벌브리즘(Bulverism)을 언급하면서 회의주자들이 갖고 있는 편견의 위험을 지적한다. 개성과 상대주의가 특징인 포스트모더니즘은 진리의 가치가 개인의 판단과 생각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반면 C.S. 루이스는 이런 선입견으로 상대를 폄하하고 진리를 거부하는 천박한 벌브리즘의 약점을 지적한다. 셋째로 C.S. 루이스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부분 진리를 전체 진리로 과장하는 것을 지적한다. 포스트모더니즘에는 과장이 많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문화의 영향도 과장하고, 객관주의의 문제도 과장하고, 해석의 어려움도 과장하고, 문화적 한계 극복의 어려움도 과장한다. 루이스는 이런 과장이 옳지 않음을 강하게 지적한다.
CS. 루이스의 작품들을 정독하고 분석한 일본의 학자 쿄코 유아사(Kyoko Yuasa)는 루이스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작품에 남겨 놓았다고 주장한다. 그녀에 따르면 C.S. 루이스는 자기 작품에 기독교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남겨 두었다는 것이다. 루이스는 진취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을 이해했고 활용하여 복음을 전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복음주의 신학과 선교의 장애가 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일견 성경과 복음의 절대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반기독교적이다. 루이스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틈새를 활용하여 복음을 전했다. 루이스가 포스트모더니즘을 활용했다면 그는 또 다른 의미에서 선구자요 개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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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1.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