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교회, 풀러 Th. M
작년에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장남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그는 아버지로서 아들을 무척 사랑하기 때문에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신고의 이유를 밝혔다. 그의 아들은 마약 때문에 그 전에도 감옥을 들락거렸고 지금도 수감 중이다. 아들은 자기 힘으로는 도무지 마약을 끊을 수 없기에 감옥이라는 최후적 수단을 통해 새사람이 되기를 소원했다. 그래서 남 지사의 가족들은 모두 이 아들을 감옥에 보내서라도 이 심각한 질병을 고쳐주자고 동의했다. 이전에 아들은 자수하기까지 하였으나 경찰과 재판부의 미온적 대처로 또다시 마약의 구렁텅이에 빠졌었다. 지금도 그 아들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자신을 도와주려는 가족들에게 감사하며 감옥에서나마 단약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마약은 사람을 통제되지 않는 괴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일단 걸려들면 다시 또 손대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든다.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력으로는 도무지 그만둘 수 없다. 그래서 마약이다.
고린도 교인들 중 믿음이 강한 사람들은 우상은 아무것도 아니고 하나님은 한 분뿐이니 우상의 제물은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반면 믿음이 약한 자들은 어떻게 우상의 제물을 먹을 수 있냐며 먹는 사람들을 보며 시험이 들곤 했다. 결국 이 문제는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이에 대해 바울은 우상의 제물을 먹는 자체가 죄 짓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믿음이 약한 자들에게 시험이 들게 하는 것이라면 자신은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단언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 사역의 원칙을 밝혔다. 그는 사도였지만 사도의 권리를 다 쓰지 않았고, 사역자로서 대접받을 권리가 있지만 자비량하였다.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다 쓰지 않고 자신의 권리조차 포기하고 절제하는 이유는 복음에 장애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듯이 자신도 남에게 전파한 후에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하며 자신을 쳐서 복종시켰다. 성숙한 사람은 자기를 절제할 줄 알며 성숙한 사회 역시 그렇다.
오늘날 사람들은 점점 더 양극화되어간다. 특히 정치에 대해 그렇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부모 자식 간에도 양보가 없다. 심지어 부부 사이에도 정치적으로 이해가 달라서 갈라지기도 한다. 정치를 보는 마음은 이래저래 불편하다. 정치가들의 말은 다 그럴듯하지만 결국 투표는 차악의 선택인 면이 있다. 이번에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도덕적 하자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트럼프의 압승이었다. 이제는 싫어도 4년간 트럼프 시대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얼마 전 진보 성향의 워싱턴포스트에 보수 성향 평론가 마크 티센의 칼럼이 실렸다. 제목은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고, 당신의 대통령이다.” 그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민주주의의 적으로 악마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자의 과반 이상이 그를 선택하였고,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우리의 대통령이기에 그가 성공하기를 바라야 한다고 하였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리즈 체니 전 상원의원도 역시 해리스를 공식 지지하여 파란을 일으켰었는데 이제는 좋든 싫든 모든 미국인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이런 처신이 정치적인 계산에 따른 제스츄어일 수 있지만 자기들의 생각을 절제해 나가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절제하지 못한다. 그러나 성숙한 하나님의 사람들은 자신의 뜻에 반하는 상황과 현실이 있다 하더라도 절제하고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몸부림친다. 이전의 탄핵 경험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임기가 태반이나 남은 한국의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까지 쥐고 흔드는 것에 위기감이 든다. 우리는 언제나 자기를 절제할 줄 아는 사회가 될 것인가.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롬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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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