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미국인들 분열 아닌 통합 원한다!

모어인커먼, “정치적 양극화 아닌 공동 가치 추구 위해 노력” 설문 결과 보도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미국인들 특히 백인들 중 인종, 종교, 성 정체성, 출생지 등에 따라 ‘그들’을 배척하는 종족주의를 선호하는 미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개념을 확장해서 모두에 포용적인 미국인이 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에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이 기성정치에 대한 변화의 상징이고 새로운 문화의 도래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지난 2년 동안 미국 정치는 증오, 차별, 반목, 독설로 가득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 같은 극우의 강성이 집권하는 경우가 이어졌다. 

그 사이 미국은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확대돼 이보다도 양극화가 심했던 시절을 찾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렇게 극단적 양극화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44% 가운데 31%가 ‘정말 많이 지지한다’는 반면, 지지하지 않는 55% 가운데 47%가 ‘정말 많이 지지하지 않는다’는 출구조사 결과로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적당히 지지하고 적당히 반대하는 중간층이 매우 적고 양극단에 미국인이 대단히 많이 몰려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과는 달리,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정치적 양극화라는 궤적에 동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쟁점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미국을 보다 미국답게 만들어가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작년 10월, 비영리단체 모어인커먼(More in Common)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 국민 4분의 3은 '정치적 견해 차이로 사회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The Hidden Tribes of America: A year-long project of More in Common launched in October 2018). 다시 말해서, 미국인들은 분열을 강화하기보다는 통합을 바라고 있고, 이에 맞추어 국민대통합을 이루려는 움직임들이 진행되고 있다. 

애국심 고취 & 국가적 정체성 함양으로 ‘소진된 다수’ 변형시켜라

동 보고서는 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전개되는 있는 미국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보다 현실적으로 설명해준다. 즉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원인으로는, △급변하는 인구통계학적 변화 △증가하는 경제적 불평등, 평균 임금의 정체 그리고 불안한 고용 현실 △9/11 테러 이후 계속되고 있는 테러 위협 △소셜 미디어의 “Echo-Chamber” 효과(같은 성향 가진 사람들끼리만, 반대편 쪽 얘기는 듣기 싫으니 귀 닫은 채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고립되고 특정 성향이 강화되는 현상) △케이블 TV나 다른 미디어의 당파주의(Fox vs, CNN) △이제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없다는 자신감의 위축 등등이 제기됐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좌에서 우까지 정치 스펙트럼과 관계없이 인종 차별·성차별·성희롱 등 문제의 심각성에 대체로 공감하고, 현재의 정치적, 문화적 규범이 사회에서 이러한 중요한 문제를 토론하는 일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응답했다. 

설문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미 전역에서 무작위로 선출된 성인 8,000명을 대상으로, 먼저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핵심 신념들에 대해 묻고 그리고 1)이민, 미국인의 정체성 2)인종과 사회적 정의 3)성과 성별 4)종교와 극단주의라는 4개 주제 중 한 개 영역에 대한 심층적인 설문을 했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좌파부터 우파까지 총 7개의 숨겨진 별개 그룹, 종족(tribes)으로 구성됐다.

흔히 윙(wing)이라고 불리는 극단적인 집단은 3분의 1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3분의 2는 좌우 분열에 지친 '소진된 다수(The Exhausted Majority)’가 차지했다:

이른바 ‘소진된 다수’는 전통적 진보주의자들, 수동적 진보주의자들, 정치적으로 분리된 미국인들 그리고 중도 등 총 67%나 된다. 이러한 부족들은 인종·연령·성별·지역 등 인구통계학적인 특징이 아니라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자녀 양육 방식에 대한 신념·개인적인 책임감 등 '핵심 신념'에 따라 정의됐다.

그 결과 ‘소진된 다수’는 정치 지도자들한테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동시에 어떠한 문제에 대해 타협하고자 하는 경향이 높았다. 아울러 공화당과 민주당 두 정당 모두가 오늘날의 정치 분열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번 설문 결과는 뉴스나 소셜미디어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분열된 국민'과 달리 미 국민 대다수가 혼합된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미 국민들은 분열을 강화하기보다는 통합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소진된 다수’ 중 72%는 소수 엘리트들과 미디어의 당파주의적 공조를 통해 너무 과장된 정치적 양극화 현상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다시 말해서,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서 당파주의를 넘어서는 보다 포용적인 미국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결론적으로, 동 보고서는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상대방에 대해서 부정확한 인식과 오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실례로, 백인 보수주의자들은 이민자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통계를 보기도 전에, ‘가짜 뉴스’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선동이나 트윗을 통한 정보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또한 정치 현실에서도, 모순되게도, 보통 미국인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물어보기도 전에, 이민 문제는 곧바로 양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미국, 멕시코 사이에 장벽을 건설하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역시 ‘전통적 보수주의자들’ 극소수와 ‘헌신적인 보수주의자들’과 좌익 극단(Progressive Activists)의 정치적 공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미국인 중 다수는 이러한 정치적 소모전에 말 그대로 ‘소진돼있다.’ 

그렇다면 ‘소진된 다수’를 어떻게 미국을 미국답게 만드는데 이끌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가 바로 관건이 된다. 소수 엘리트에 의해서 진행되는 정치적 양극화를 종식하고 타협과 화해로서 미국인이라는 것을 자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소진된 다수’가 움직이게 된다. 

지금 우리가 미국에서 보는 분열상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출은 그런 분열상이 표출된 하나의 증상일 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막말과 기이한 성격이 기존의 분열을 악화시킨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분열의 골이 훨씬 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사라질 수 있을지언정 사회적 분열의 골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벗어나 실제로 서로 대면함으로써 인간적인 차원에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사회적인 연결은 공통의 도덕적 틀로 지탱될 때만이 효과가 있다. 하버드대학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 교수는 “공동의 가치가 없으면 구성원의 다양성 때문에 촘촘히 잘 짜여진 사회가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 “공동의 가치”에 대한 갈망과 추구가 분열된 미국 사회를 다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고, 동 보고서는 결론을 맺는다. 즉 애국심 고취와 국가적 정체성 함양이라는 공동의 가치로 ‘소진된 다수’를 변형시켜야만 한다.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