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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테러 사건은 분명히 악하다(?)

WP, 백인우월/국수주의 선동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뉴질랜드 총기난사 테러 반응 비판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모스크) 2곳에서 지난 15일 최소 49명이 사망한 최악의 총격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테러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사건 직전 이미지 보드 사이트 `8chan`과 트위터 등에 자신이 백인 우월주의자임을 밝히고 반이민·반이슬람 선언문을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범인은 범행 현장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생중계해 충격을 더했다.

그러나 이번 테러 사건 발생 후,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반응이나 사후 대책 마련이 미지근하기에, 미 언론은 “가재는 게 편”이란 속담처럼, 반이민, 백인우월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도마 위에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따라서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이 테러를 대하는 태도가 공정하지 않다(Not all terrorism is treated equally)’는 맥스 부트(Max Boot)의 칼럼을 통해 그 진위를 파헤친다.

뉴질랜드는 멀리 있는 작은 나라이고 이번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의 희생자들은 저와 같은 유대인이 아니라 무슬림이었지만 저는 이번 뉴스를 접하면서 피츠버그 유대교 예배당 사건 때와 같은 역겨움을 느꼈다.

죄 없는 희생자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테러리즘은 종류를 불문하고 모두 끔찍하다. 피부색이나 민족, 성 정체성, 종교로 희생자를 고르는 종류는 특히 악랄하기만 하다. 이런 종류의 공격은 인류 역사에서 유래가 깊은 혐오를 지속시키기 위한 것이다. 30년 전쟁과 나치 홀로코스트, 스레브레니차 인종학살을 낳은 혐오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증오범죄를 똑같이 취급하지 않는다.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인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공격에 집중해왔다. 9.11테러는 유례없이 큰 사건이었고,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계속된 테러 사건, IS의 인종청소 등을 생각하면 일견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카불과 바그다드에서 뿐 아니라 파리와 올랜도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공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폭력 때문에 극우 테러리즘의 위협이 묻혀서는 안 된다. 9.11이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사건이었지만, 바로 다음은 1995년 티모시 멕베이에 의한 오클라호마시티 연방 청사 폭탄테러였다. 유대인 차별철폐 운동단체인 반-명예훼손 리그(Anti-Defamation League)에 의하면, 지난 10년 간 미국에서 일어난 427건의 극단주의자 관련 살해사건 중 극우주의자가 범인인 경우가 70% 이상이다. 극좌파나 국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일으킨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난달 진보 정치인과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계획하던 해안경비대원 크리스토퍼 해슨이 체포되지 않았다면 극우주의자에 의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늘어났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미국정부는 극우파에 의한 테러리즘에 대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우리가 이슬람교도에 의한 폭력과 마주할 때, 우리는 범인뿐 아니라 네트워크에 초점을 둔다. 최근 서구에서 일어난 공격 중 다수는 머나먼 곳의 IS로부터 부추김을 받고 극단화된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가 주범이었다. 무슬림 커뮤니티 내의 극단주의자들에게 포섭된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극우파 테러리스트들과 그들의 동기, 주변을 바라볼 때도 같은 접근법을 택해야 한다.

‘크라이스트처치’ 용의자의 슬로건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거대한 대체(The Great Replacement)”다. 그는 대규모 이민과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률로 인해 유럽인들이 문화적, 인종적으로 완전히 대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동기로 2017년 스웨덴에서 일어난 IS 관련 트럭 공격으로 어린 소녀가 숨진 사건, 2017년 마린 르 펜의 프랑스 대선 패배와 무슬림 이민자들의 “프랑스 침략” 등을 꼽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범행 목적 리스트에는 “정치, 문화, 인종적 전선을 따라 미국을 발칸화 시킬 내전을 촉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가 아닌가? 공화당 소속 아이오와 주 상원의원 스티브 킹은 “거대한 대체”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직접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이었던 스티븐 배넌은 비백인 이민자들이 점령한 프랑스를 소재로 한 인종차별적 프랑스 소설에 경의를 표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르 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이슬람은 우리를 미워한다”고 말한 바 있으며, 백인우월주의 시위대에 대해 “아주 반듯한 사람들”이라고 칭하기도 했으며, 불법 이민자들의 “침략”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주 목요일에는 백악관이 어린이가 포함된 밀입국자들이 국경을 건너는 영상에 “국가적 응급상황”이라는 제목을 달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을 정도다. 그 전날은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가진 무력을 과시하며 좌파 평론가들을 위협하는 듯 한 말을 한 인터뷰를 실었다.

‘크라이스트처치’ 용의자가 트럼프 대통령을 정책수립자와 리더로서 지지하지 않지만 “새로운 백인 정체성과 공동 목표의 상징”으로서 지지한다고 말한 것은 충격이다. 피츠버그 총기 난사범 역시 트럼프가 유대인과 이민자들에게 너무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뉴질랜드 테러사건을 비판하면서도 그 동기가 된 반-이슬람 정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무슬림이 범인인 테러 때마다 “이슬람 극단주의”를 구체적으로 비판하던 모습과 사뭇 다른 태도다.

결론으로, ‘크라이스트처치’나 피츠버그에서 일어난 일을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쥔 자리에서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 그는 미국을 발칸화 시켰고 불관용을 선동했다. 미국 대통령은 진즉에 자신의 수사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고 톤을 낮추어야 했다. 잘못된 언어는 끔찍한 행동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03.30.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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