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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편입 위해 ‘정상’처럼 보이려는 것 경계

Reuters, ‘이미지세탁’ 통한 백인 민족주의자들의 전략진행상황 심층 보도

2년 전 미국 백인 민족주의 운동이 미국을 경악시켰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네오나치 시위 도중 한 극우 시위자가 군중을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해 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운동의 몇몇 지도자들은 전열을 가다듬었다. 분노를 부추기는 대신, 그들은 지지를 확보할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정상적으로 보이자는 것이었다.

이들의 더 큰 목표는 많은 백인 민족주의자들이 ‘2단계(Phase 2)‘라고 부르는 것으로, 불쾌하다고 여겨져 배척되는 극우 사상들을 주류에서 받아들여지게 만들고, 백인 민족주의자들을 영향력 있는 자리에 앉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Reuters)은 이러한 백인 민족주의자들의 새로운 전략을 ‘정상화(normalization)’ 시도라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보다 부드러운 레토릭을 사용하고, 대립을 촉발하는 집회보다는 사교적인 모임을 갖는 단체들이 많아졌다(El Paso massacre upends white nationalists’ normalization strategy). 

“지금은 내부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쓰고 있다. 가족들끼리 모이게 한다.” 백인 민족주의자를 자처하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알트-라이트(대안우파) 블로거 브래드 그리핀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지역의 백인 민족주의자 컨퍼런스에 참가한 친구들을 위해 자신이 조직한 강 튜빙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했다. 이런 가벼운 모임의 목표는 눈에 띄는 공개적 시위를 벌이지 않고도 극우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는 것이라고 그리핀은 말한다. 

“밖에 나가 안티파(Antifa, 미국 극좌 ‘안티파시스트’ 운동가들)와 엮이고 길거리에서 오줌이 든 풍선에 맞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그리핀과의 인터뷰는 텍사스주 엘패소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이뤄졌다. 엘패소 사건으로 인해 백인 민족주의 운동을 ‘정상화’하려 시도해왔던 이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3일 총격범 패트릭 크루시어스(21)는 ‘히스패닉의 (미국) 침략’을 규탄하며 자신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선언문을 온라인에 올린 뒤 엘패소에서 22명을 살해하고 20여 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엘패소 사건은 일부 백인 민족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운동을 돕는다고 찬사를 보낸 인물, 즉 도널드 트럼프에게 새로운 압박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2015년 대선 출마선언 이후 인종차별적인 자극적 수사를 계속 사용해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통한 이민을 ‘침략’(invasion)이라고 여러 번 지칭하기도 했다.

5일 트럼프는 지금까지 밝힌 것들 중 가장 강력한 어조로 백인 우월주의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엘패소 사건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는 한 목소리로 인종차별, 편견, 백인 우월주의를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악한 이데올로기들을 물리쳐야 한다.”

샬러츠빌 이후, 백인 민족주의 운동가들 중 일부는 시선을 끌지 않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극단주의자들을 추적하는 비영리 민권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에서 극우단체를 연구하는 하이디 바이리티는 많은 백인 민족주의 단체들이 고소를 당하고 소셜 미디어에서 추방당했으며, 이로 인해 그들은 대중의 시선을 끄는 대립을 피하게 됐다고 말한다.

바이리치는 “샬러츠빌 이후 시위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좋지 않은 기사가 나고, 기소 당하고 소셜 미디어를 쓸 수 없게 돼 “운동에 가담한 이들이 낙담했으며”, 이에 따라 “더 부드러운 접근 방식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총기 사건과 트럼프의 발언으로 인해 백인 민족주의 ‘정상화’를 시도하던 운동가들은 힘든 상황, 어쩌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애초에 쉽지 않은 전략이었다.

로이터의 사진기자는 이 같은 전략을 가까이에서 관찰해왔다. 백인우월주의단체 큐클럭스클랜(KKK)이 운영하는 ‘교회’의 유치원,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즐겨 찾는 조지아주의 레스토랑 겸 바, 아칸소주에서 수십 명의 회원을 보유한 자칭 네오나치단체 ‘쉴드월 네트워크’가 개최한 바비큐 모임 등을 찾아갔다. 그들은 주류에 편입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회원들 중 다수는 이 운동을 움직이게 하는 폭력적 비유들을 사용했다.

백인 민족주의자들은 이른바 ‘대대적 교체(Great Replacement)’ 음모론을 믿는다. 백인 출산율이 낮아지는 가운데 좌파 엘리트들이 대량 이민을 부추겨 전 세계적으로 백인을 ‘대체’하려 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엘패소의 총격범은 선언문에서 히스패닉을 죽이기로 한 이유로 대대적 교체 이론을 언급했다.

쉴드월의 지도자 빌리 로퍼는 5월 로이터 인터뷰에서 백인들이 인구적 우세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백인 출산율을 높이는 게 도움이 되겠지만 ‘총알’이 더 빠를 것이라고 답했다. 로퍼는 쉴드월이 불법행위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 2곳에서 51명을 살해한 범인의 목표에 ‘반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크라이스트처치 범인 역시 대대적 교체 이론을 범행 동기로 언급했다. 

텍사스 총기난사 사건 이후 전화 인터뷰에서 로퍼는 살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백인 인구를 교체하려는 유대인의 게임에서 장기판의 졸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문화적 충돌”은 인종적으로“소국분할화”(balkanization) 되며,  다양성이 커져가는 나라의 “현대생활의 안타까운 팩트”라고 답했다.

이런 극단적 시각을 주류에 편입시키려는 전략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러한 정상화 시도의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는 KKK의 지도자(grand wizard)였던 데이비드 듀크에서 볼 수 있다. 듀크는 KKK의 상징이었던 흰 예복과 끝이 뾰족한 모자 대신 신사복을 입고 주류 보수주의에 가까운 논점을 언급했다. 1991년에는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에 나가 2차 투표까지 진출했다. 듀크는 큰 표차로 패배했지만 루이지애나 백인의 절반 정도는 듀크에게 표를 던졌다.

정상화 시도가 보편적이지는 않다. 일부 극우단체는 지금도 대립을 일으킨다. 일례로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는 10월에 뉴욕에서 공화당 클럽행사 반대시위를 연 사람들과 싸움을 벌였다. 

팻 란조는 조지아주 드레이크타운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자기들의 공간이라고 주장하는 레스토랑 겸 바를 운영한다. 이 ‘조지아 피치 오이스터 바’는 그저 표현의 자유를 지지할 뿐이라는 게 란조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증오한다.”

바 내부는 여전히 미국 사회 주류에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여러 인종주의적 문구들로 장식돼 있다. 메뉴판에는 린치 당해 죽은 흑인 시체 두 구의 발을 묶어 만든 해먹에 누워 쉬고 있는 KKK 멤버의 그림이 들어가 있다. 란조는 미국 남부에서 KKK들이 전통적으로 세력 과시를 위해 하던 행사인 십자가 화형식을 하도록 네오나치와 KKK에게 이곳을 빌려주기도 했다.

오늘날 백인 민족주의자들의 이미지 세탁은 극우 이데올로기들이 오래 전부터 폭력을 행사해 온 역사를 감춘다. 여러 대학교들의 형법 연구가들이 함께 만드는 미국 극단주의 범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18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극우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은 살인자들은 62건의 살인을 저질러 모두 124명을 숨지게 했다. 이 통계에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포함돼 있지만 인종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반정부 무장세력 등 다른 극우주의도 포함돼 있다.

’KKK기사단‘이 이름을 바꾼 ‘기사당(The Knights Party)’의 디렉터 토마스 롭은 백인 민족주의 운동이 충돌과 시위 그 이상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가 끝나면 뭘 할 건가?” 엘패소 총기난사 사건 이전에 실시된 인터뷰에서 롭이 말했다. ”회원을 늘리는 건 우리에게 큰 목표가 아니다. 영향력을 키우는 게 목표다. 사람들이 우리 웹사이트에 와보면, 그들은 분별 있는 사람들이 문장마다 ‘(흑인을 비하하는) N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극우이념이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미국 경제계처럼 말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진보성향 정책연구기관 브레넌정의센터의 연구원 마이크 저먼은 ”그럴싸한 의복”을 걸침으로써 거리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폭력을 일삼는 단체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를 두고 백인 민족주의자들이 늘 논쟁을 벌여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접근법은 트럼프 덕분에 동력을 확보했으며, 인종적 분열을 초래하는 트럼프의 레토릭도 영향을 끼쳤다고 저먼은 설명했다. 그는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일하며 백인 민족주의자들을 상대로 7년 간 첩보활동을 펼친 경력이 있다.

″이전까지 백인 민족주의자들은 주류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그들은 (주류에) 들어오라는 초청을 받고 있다.”

다만 그들이 주류 세계에서의 일상을 견딜 준비가 돼있는지는 아직까지는 불투명하다.

 

08.23.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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