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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먼저 살릴 것인가?”

BBC, 의료장비/병상/인력 부족 병동 의사들의 고충 보도

오늘날 팬데믹으로 의료 장비와 침상, 인력이 부족해진 상황. 의사들은 끔찍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스테파노 디 바르톨로메오는 이탈리아 로디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일하는 마취과 의사다. 그가 일하는 병원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환자실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환자실에 병상이 하나 날 때마다 의사들은 어떤 환자를 보낼지를 결정해야 한다.

디 바르톨로메오가 이 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중순. 3월 13일 당시 이미 1,100건의 확진자가 이 병원에 있었다. 그는 "병원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이미 완전히 압도당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디 바르톨로메오는 중환자실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병동에서 일한다. 비침습적 기계환기(non-invasive ventilation)와 기도에 튜브를 꽂는 처치를 하는 곳이다. 그러나 모든 환자들이 처치를 받지는 못한다. 디 바르톨로메오는 "너무 나이가 많거나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은 산소만 공급받는다"고 말했다.

BBC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병동에서 살릴 자와 죽을 자를 결정해야 하는 의사들의 고민을 생생하게 보도했다(Coronavirus: Doctors face agonising life-death decisions).

어려운 결정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3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보건서비스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4월 28일 기준 확인된 코로나19 사망자는 21만2000여 명. 세계 210개 국가의 병상이 코로나19 환자들로 가득 찬 상태다.

인공호흡기, 보호장비, 심지어 의료진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의사들이 최우선으로 돌볼 환자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어떤 생명이 더 가치 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논란이 잇따르고 있지만 의료진들은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3월 23일, 전 세계의 의사들과 학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자원 배치 방식을 설명하는 일련의 윤리지침 논문을 작성해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발표했다.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먼저 온 환자를 치료하는” 통상적인 방식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나이가 어리고 기존의 건강문제가 적은 이들 중에 중증인 환자를 우선 치료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에제키엘 엠마누엘 펜실베이니아대 의학윤리 보건정책학부장은 “살릴 수 있는 인명의 숫자와 이를 통해 늘어나는 수명 측면에서 효용을 극대화하는 게 가장 큰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젊고 건강상태가 좋은 이들의 생존 가능성과 기대 수명이 더 높다는 것이다. 부족한 자원을 이들에게 배분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롭다는 게 이 이론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논리가 빈틈없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인공호흡기로 치료 받는 젊은 사람과 노인이 같은 사망위험을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노인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젊은 사람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을 때보다 생존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을까?

논문은 최전선 보건 노동자 등 팬데믹과 맞서는 이들에게 의료 장비나 치료에 대한 최우선적 접근권을 줘야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하고 있는 업무는 훈련이 필요하고, 교체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연구자들은 또 “팬데믹 속에서 효용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거나 집중치료 병상을 필요한 다른 환자에게 주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다”며 “환자들은 입원할 때 이러한 가능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논문에 기록했다.

 

윤리적 문제

 

이러한 결정은 오직 병원과 의료 시스템이 극심한 압박을 받을 때, 즉 환자 수가 최고조에 달하고 자원이 한계점에 이를 때에만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거나 기존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이들을 보면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된다. 코로나19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을 뿐만 아니라 감염에도 더 취약한 건 이들이기 때문이다. 먹는 것과 입는 것, 씻는 것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편 코로나19는 전 세계 수백 곳의 요양시설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전체 코로나19 사망자의 3분의 1이 요양시설에서 나왔다. 1주일 동안 20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의 4분의 1이 요양시설에서 나왔다.

노인을 지원하는 많은 단체들은 이를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고령자 자선단체의 대표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나이가 들면 건강 상태와 회복력이 낮아진다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모두 확인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요양시설이나 집에서 돌봄과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병원치료를 받을지 여부를 판단하는 조건이 돼선 안 된다.”

장애인 단체들이 영국의학협회에 보낸 공개 한에도 “사회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코로나19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자 영국 국민건강보험정보센터(NHS England)는 팬데믹 속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에선 의사들이 누구를 우선적으로 치료할지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은 항상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몇몇 주에는 팬데믹 이전부터 인공호흡기 부족 사태와 관련한 해결 지침이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앨라배마, 애리조나, 캔자스, 루이지애나, 메릴랜드, 미시간, 뉴욕, 펜실베이니아, 테네시, 유타, 워싱턴 주의 공개된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들의 치료 우선순위 결정 방식을 살펴봤다.

그런데 일부 주에 신경손상, 치매 또는 에이즈를 가진 환자는 인공호흡기 지원을 제외할 수 있다는 문서가 있었다. 

앨라배마 주는 “심각한 정신지체, 발달된 치매 또는 심각한 외상성 뇌손상을 가진 사람들은 인공호흡기를 사용해도 효과가 적을 수 있다”고 썼다. 하지만 다음 문장에서 “정신지체장애인의 평균수명은 70대 정도이고, 상당한 신경손상을 가진 이들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기록했다. 10년 된 앨라배마 주의 지침은 미국 장애인권리단체들의 반발에 대체됐다.

미국의 장애인단체들은 팬데믹 기간에 장애인들이 직면한 “치명적 형태의 차별”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전국장애인협의회(National Council on Disability) 회장인 닐 로마노는 “모든 삶은 다 가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각 주는 의료 인력의 치료를 뒷받침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이들의 시민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한편 영국에서는 국립보건의료우수국(th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이 3월 21일 65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삽관 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1(적합)부터 9(말기)까지 측정되는 임상적 취약점 척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객관적이라 해도 문제는 있다. 예를 들어 노쇠척도(Frailty Scale)는 식사나 계단 이동과 관련해서 직접 질문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

런던의 한 병원 의사는 BBC에 노쇠척도 같은 평가가 실패하는 경우에 대해 말했다. 한 환자가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추지 않고도 얼마나 많이 걸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그 환자는 인공호흡기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가족들과 통화를 해보니, 환자는 평소 상태가 아닌 문답상황 당시의 상태로 답을 했었다. 그날 밤 늦게 환자는 삽관을 했다.

의료진이 당면한 어려운 결정을 돕기 위해 전 세계 보건당국과 병원이 유사한 지침을 만들고 있다. 의료진은 인명을 구하려 한다. 하지만 치료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이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내가 병에 걸리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도 갖게 만든다. 이러한 결정이 의료진의 정신건강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의사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수년간 훈련을 한다. 일부 환자는 치료하고 다른 환자는 치료하지 않는다는 결정은 그 어떤 의사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디 바르톨로메오에 따르면 일부 의사들은 이러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어 병가를 내기도 했다.

물론 치료할 사람과 구할 수 없는 사람을 정해야 했던 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전쟁터의 의료진은 이런 선택을 해야 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결정이 더 쉬운 것은 아니다. 엘톤은 앞으로 의료 전문가들을 위한 정신건강관리가 필요할 것이라 했다.

“이 문제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이 시기에 좋은 사례가 나와서, 의료 인력을 지원하고 돌보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어떤 삶에 가치를 둘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사회의 가장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는 방식을 개선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05.09.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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