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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빈민가, 코로나19 전파 막아

BBC, 통제, 검사, 음식제공 등으로 확산방지 보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판자촌 중 하나,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란 사치에 불과하다.

2.5㎢에 지나지 않는 공간 안에 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30㎡ 정도에 지나지 않는 판자집 하나에 8명에서 10명이 거주한다. 또 주민의 80%가량은 공동 화장실을 이용한다. 빈민촌을 가로지르는 좁디좁은 길들을 둘러싼 건물들에는 공장과 집들이 마구 뒤엉켜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들로, 집에서 요리를 하는 대신 밖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하지만 인도 경제와 문화의 수도인 뭄바이 중심지에서 무질서하게 뻗어 나가고 있는 빈민촌 다라비는 코로나19의 확산세를 효과적으로 막은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따라서 BBC는 가장 큰 걱정거리에서 방역모범 사례가 되기까지 아시아 최대 빈민가인 인도 뭄바이 다라비의 코로나19 대처 방안을 보도한다(Coronavirus: The race to stop the virus spread in Asia's 'biggest slum').

 


빈민촌 다라비에서 철저한 방역이 실시되고있다

다라비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 4월 1일 이후로 확진 환자는 2000명 이상, 의심 사망자는 80명이 보고됐다. 확진자 중 절반가량은 회복했다.

5월에 최고 43명을 기록했던 하루 확진자 수는 6월 3주차가 되자 19명가량으로 떨어졌다. 또 확진자가 두 배로 불어나는 기간도 18일에서 78일로 길어졌다.

엄격한 통제 조치와 광범위한 검사, 그리고 일을 할 수 없는 주민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등의 복합적인 대응책이 효과를 발휘했다.

뭄바이 시당국은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염자 추적과 검사, 격리 등을 공격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검사 의지였다. 덥고 갑갑한 의료용 보호복을 입은 의료 관계자가 각 집을 방문해 검사를 벌이는 초기 검사 방식은 찌는 듯한 더위가 시작되자 더 이상 진행이 어려웠다.

이후 각 간의 의료센터에서 의사를 포함한 5-6명 정도의 의료진이 일일이 주민 80여 명의 체온과 산소 포화도를 측정했다. 현재까지 이런 방식으로 증세 여부 검사를 받은 사람은 36만 명이 넘는다.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바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했다.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곧장 학교, 결혼식장, 스포츠 시설 등 지역 내 마련된 격리장소로 옮겨졌다. 지금까지 이렇게 격리 조치된 사람의 수는 1만명을 넘어섰다. 만약 격리시설에서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면 지역 내 위치한 병원 4곳으로 이송됐다.

이곳 빈민촌에서 의료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암루타 바와스카는 BBC와 인터뷰에서 “감염 전파 상태를 확인하는데 간이 의료센터가 큰 도움이 됐다”며 “이제 사람들은 어떤 구실을 찾아서라도 스스로 이곳에 찾아와 검사를 받고자 한다.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나이를 부풀리는 사람도 있다. 어떤 때는 단순히 옆에 앉은 누군가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했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두려움과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이후 1만1000건이 넘는 검사가 이뤄졌다. 물론 아직 이 빈민촌 어딘가에 코로나19에 걸렸지만, 증상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뭄바이를 포함한 세계 여러 도시들에서 코로나19가 전파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반면에 다라비는 전파 속도를 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해당 지역 의료 담당자들은 믿고 있다.

다라비가 언론의 관심을 받는 지역이라는 사실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 지역은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인 ‘슬럼독 밀리어네어’ 제작에 영감을 준 장소로 알려지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또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자들과 전 세계 도시 계획가들은 이 지역의 10억 달러 규모의 비공식 경제와 도시 동태성에 주목해왔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 지역에 설치된 간이 의료시설에는 의사들이 모여들었고, 부유한 지자체와 정치인들 그리고 비영리단체들은 수천, 수만끼의 무료식사를 제공했다. 또 헐리우드 배우들과 사업가들 중에는 장갑, 마스크, 약품과 산소호흡기 등 의료 장비를 기부하기도 했다.

확산 통제의 이면

 

다라비는 지난 수십년간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이 몰려들어온 곳이다. 봉쇄조치가 시작된 이후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상실된 15만 명 정도의 주민들이 이곳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금붙이 따위를 저당 잡히거나 모아둔 돈을 잃거나, 심지어 빚더미에 앉는 경우도 있었다.

‘에이콘 인디아’라는 이름의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변호사 비노드 셰티는 “너무나도 가혹한 통제조치에 다라비의 경제가 무너졌다”며 “이곳 사람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 그들은 빈민촌 안에서도, 밖에서도 일을 구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상황이 호전된다 하더라도 걱정거리는 남아있다. 주민들이 손을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물이 남아있을까? 또 이곳에 있는 공장들이 전처럼 돌아갈 수 있게 할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가 남아있을까?

이곳에 2차, 3차 유행이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오랜 기간 봉쇄조치가 지속돼야 할까? 길고 힘든 싸움이 될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비영리단체들은 얼마나 더 오래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07.1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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