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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의 의미를 온전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246주년 맞아 경계해야 할 현 미국 진보/보수 문화, 이념 전쟁 소개

미국의 독립선언문은 1776년 7월 4일 대륙회의(지금의 연방의회)에서 채택됐다. 13개 주의 대표 56명이 필라델피아에 모여 선언문에 서명한 날짜다. 7월 4일이 독립기념일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인권보장을 규정한 영국의 대헌장(마그나 카르타), 프랑스의 대혁명과 더불어 인류 역사에 가장 위대한 사건으로 꼽히는 게 바로 미국의 독립전쟁이다. 독립선언문의 정신이 그대로 녹아 담겨 있는 게 미국의 헌법이다.

우리는 독립전쟁이라고 부르지만, 미국에선 ‘혁명전쟁’(Revolutionary War)이라고 한다. 독립선언문에는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행복의 추구권을 박탈하는 독재 정부는 혁명을 통해 전복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립선언문은 모두 4개 항으로 되어 있다. 전문과 권리(인권)의 선언, (영국 왕에 대한) 기소장, 그리고 독립선언이다. 이중 하이라이트는 권리의 선언. 모든 인간은 하나님에 의해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생명과 자유, 그리고 행복 추구권은 누구도 빼앗지 못한다는 이른바‘천부 인권’을 담았다.

생명에 대한 권리는 독재정권에 대항할 권리를 규정한 것이다. 자유는 정부를 비판할 권리와 종교의 선택, 그리고 자유를 지켜줄 정부를 스스로 구성할 권리다. 행복 추구권은 사유재산의 보호와 이를 지킬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헌법의‘권리장전’은 독립선언문의 이 두 번째 항을 구체적으로 풀이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올해로 246주년을 맞는 독립기념일은 온전한 그 의미가 퇴색된 채로 다가오고 있다. 진보와 보수로 양극화된 이념에 따라 독립기념일이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776년 미합중국의 독립선언을 둘러싸고 각계각층에서 다채로운 행보가 관측된다.

일단 보수진영은 독립 정신을 거론할 때 역사의 주체로서 백인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대선 결과에 항의해 올해 1월 6일 의회 폭동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의회 난입 현장에서 1776년 독립 당시 미국기를 휘둘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문기구 '1776 위원회'를 통해 진보 진영을 독립 정신을 해치는 원흉으로 묘사하고 '애국자 교육'을 촉구하기도 했다.

보수 활동가들은 일선 학교의 '비판적 인종 이론'(CRT) 교육을 공격하는 데 1776년 정신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CRT는 미국 법 제도가 선천적으로 인종차별적이라서 흑백 불평등이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발생하고 굳어진다는 가설이다.

보수진영의 이런 행보는 미국 건국에 영향을 미친 다른 요인들을 배척한다는 이유로 역사학계에서 비판받고 있다.

다른 지역, 인종 집단들도 각자 자신들의 정체성을 내세워 역사를 맞춤형으로 해석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흑인들은 기존에 부각돼온 건국의 아버지들을 배척하고 인종차별 저항을 강조해 새로운 영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의 시원을 1776년이 아닌 아프리카 노예가 처음 도착한 1619년으로 보고 그 역사와 노예제의 유산을 탐구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미국 북부 지역은 독립 정신을 지닌 혈통으로 자부심을 강조한다.

전쟁 뒤에 그 지역에 들어온 아일랜드 이민자들도 독립선언의 정신적 계승자를 자처하며 미국인 정체성을 주장하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역사가 거두절미 기술이라기보다 전후 맥락 이해가 필요한 복잡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 독립사 전문가인 마이클 해텀은 "혁명에 하나의 기억만 존재할 수는 없다"며 "기억 방법도 항상 현재 환경에 따라 형성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독립 250주년 기념은 200주년 때와는 현격히 다른 모양새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휴일 개명(Rename Holidays)’ 운동 역시 지켜봐야 한다. 동 운동은 휴일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이름에서 폭력적 색채를 덜어내야 한다는 운동이다.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전개돼온 운동이지만, 최근 갑자기 뜨거워졌다. 진보적인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은 ‘우오크(woke)’ 즉 ‘깨어나라’ 정신이 대세이다. 약자 입장에서 세상을 봐야 한다는 일종의 ‘정치적 올바름’ 운동이다. 강자의 역사를 기념하는 날인 휴일을 이름만이라도 약자를 배려하는 식으로 바꿀 것을 우오크 시대 정신은 요구하고 있다.

독립기념일의 배경에는 독립전쟁이라는 영국과의 폭력적 대결이 자리 잡고 있다. 개명론자들은 독립기념일이 결국 후세에 평화를 물려주기 위해 싸운 날이라는 점을 강조해 ‘피스데이 원(평화의 날 1)’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스데이’ 뒤에 ‘원’이 붙는 것은 두루뭉술한 의미의 ‘피스데이’는 웬만한 곳에 다 갖다 붙일 수 있는 다목적 이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독교국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기독교 국가주의는 미국 역사에 대한 특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그들의 관점에 의하면, 미국은 애초부터 명백한 기독교 국가로 설립되었으며, 따라서 하나님과 거의 (많은 사람이 ‘거의’라는 이 단어를 빠뜨린다) 언약 관계를 맺은 수준이다. 오늘날에도 이런 식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논리고 계속되고 있다. 좌파와 불신자는 계속해서 미국을 세속적이고 상대주의적 국가로 만들려고 한다. 우리가 이들에게 밀려서 하나님에게 등을 돌리고 하나님께 영광 돌릴 지도자를 제대로 선출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은 더 이상 미국에게 복을 주시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 국가주의는 또한,  아주 오랜 상하 관계의 사회 질서를 암묵적으로 때로는 명시적으로 지지한다. 즉, 외국인보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유대인과 이슬람  교도보다는 기독교인이, 타 인종보다는 백인이 상위에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또 강조한다.

사무엘 페리(Samuel L. Perry)와 앤드류 화이트헤드(Andrew Whitehead)가 쓴 ‘미국을 다시 하나님에게로: 미국의 기독교 국가주의(Take America Back for God: Christian Nationalism in United States, 옥스포드, 2020)는, 동 국가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치에 있어서 기독교 국가주의와 종교적 헌신은 일치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중요한 부분에서 저자들은 바로 이런 사례를 제시한다. 조사 과정에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중동에서 온 난민은 테러 위협이 된다.”, “미국의 전통을 존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기독교 국가주의자들은 이런 주장에 강하게 동의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교회 출석, 기도, 성경 읽기에서 열성을 내는 미국인일수록 이런 문제에 대해 기독교 국가주의자의 주장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페리와 화이트헤드는 교회 공동체에서 성경과 기도에 더 시간을 쏟는 기독교인일수록 기독교 국가주의에 빠지는 경우가 적다고 주장한다. “간단히 말해서 기독교 국가주의는 높은 도덕 표준을 장려하지 않으며 자기희생, 평화, 자비, 사랑, 정의 등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다.” 다시 말해, 종교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는 기독교인일수록 기독교 국가주의자와 달리 이민자를 환대하고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평등하게 받아들이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의를 구현하려는 데에 더 열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약자를 보호하라는 건 성경의 명령이고 성경에는 기독교 국가주의와 완전히 모순되는 말씀으로 가득하다. 종교 활동 수준이 높아질수록 인종, 빈곤, 정의에 대한 믿음은 덜 보수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결론으로, 1776년 7월 4일은 첫 총성이 울린 날이다. 미국인들은 이를 ‘전 세계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The shot heard round the world)는 말로 표현한다.

시인 롱펠로우의 ‘폴 리비어의 말달리기’(Paul Revere’s Ride)란 시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지구촌에 자유와 해방을 알리는 총성이란 뜻이다. 독립기념일 하면 미국인들은 대부분 이 말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 총성이 건국자들이 독립을 위해 울린 총성이 아닌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시끄럽게만 들리는 그런 슬픈 독립기념일 되고 있다. 

07.0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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