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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달라진 사랑법, “시추에이션십”!

BBC, 친구와 연인 사이의 회색지대를 가리키는 ‘시추에이션십’을 선호하

같이 영화를 보거나 밀크셰이크를 나눠 마셨다고 연애가 시작되던 시절은 지났다. 요즘 젊은 세대의 연애에는 섬세하고 때로는 복잡한 '작은 단계'들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연애와 섹스를 대하는 Z세대의 태도는 이전 세대와 다르다. 특히 더 현실적 관점에서 사랑과 섹스를 바라보고, 이후에도 과거와 달리 헌신적이고 낭만적인 관계 구축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로맨스와 친밀한 행위에 완전히 무관심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각자의 삶에 딱 맞는 욕구와 니즈를 충족하고자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이러한 변화는 친구와 연인 사이의 회색지대를 가리키는 '시추에이션십'을 등장시켰다.

전문가도 정의 내리기 어려워하던 관계의 회색지대는 시추에이션십이란 이름을 받았고 Z세대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개인의 성적 취향과 시추에이션십을 집중 연구하는 엘리자베스 암스트롱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시추에이션십은 섹스, 친밀감, 교제 등의 욕구를 해결하지만, 그 관계가 항상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시추에이션십을 받아들이고 있다(‘Situationships’: Why Gen Z are embracing the grey area).

 

2020년 후반 주목받기 시작한 뒤 올해는 사상 최대의 구글 검색량 트래픽을 기록하기도 했다. 암스트롱은 인종, 성별, 성적 지향을 불문하고 전 세계가 시추에이션십을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젊은 층에서 시추에이션십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고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상황 그 자체가 사랑과 성을 바라보는 Z세대의 방식이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많은 것을 보여준다.

시추에이션십은 보통 두 사람 사이에서 정서적, 육체적 연결을 수반하는 암묵적 합의에 기반하지만, 배타적이고 헌신적인 전통적 관계 관념에서 벗어나 있다.

시간이 한정적이거나 상황상 가벼운 관계가 가장 적합하겠다는 생각에서 시추에이션십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졸업 후 취업할 직장에 따라 주거지가 바뀔까 봐 깊은 관계를 주저하는 대학 졸업반 학생 2명을 예로 들 수 있다.

암스트롱은 시추에이션십의 인기를 '관계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저항으로 설명한다. '관계 에스컬레이터'란, 연인의 관계가 선형 구조로 발전해 동거, 약혼, 결혼과 같은 전통적 이정표 달성에 목표를 둔다는 개념이다.

시추에이션십은 "관계가 더 발전하지 않을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개념"에 반대하며, 이렇게 생각하는 Z세대가 증가 중이라는 것이다.

이때,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관계의 회색지대를 기꺼이 수용한다. 암스트롱에 따르면, Z세대는 "어떤 이유로든 시추에이션십이 현 상황에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지금 당장 '관계의 발전'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부 연구도 비슷한 결론을 도출했다. 미국 툴레인 대학의 리사 웨이드 사회학 부교수는 2020~2021년 150명의 학부생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Z세대가 관계 정립을 주저하거나 심지어 관계 발전에 대한 욕구를 인정하기조차 꺼린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웨이드 부교수는 연구에서 "마음을 숨기는 것이 꼭 요즘 젊은 층의 특성만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Z세대는 특히 감정 공유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틱톡이나 트위터 사용자(특히 Z세대)는 SNS에서 시추에이션십 사연을 널리 공유한다. 틱톡에서 시추에이션십 태그(#situationship)가 붙은 영상은 8억3900만 회 이상 조회됐고, 비슷한 태그(#situationships)의 영상도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대중문화도 이 시류를 반영한다. 유명 연애 프로그램 러브 아일랜드 영국에도 시추에이션십이 등장하고, 밀레니엄 세대 스웨덴 가수 스노 알레그라도 시추에이션십을 곡의 제목으로 붙였다. 

26세의 아만다 허먼은 친구들과 서로의 시추에이션십을 비교할 때마다 "우리 왜 이렇게 똑같냐며 웃는다"고 말한다. 텍사스에 거주하는 허먼은 틱톡에 시추에이션십 경험을 올렸다.

지금까지 나눈 대화와 관찰한 관계를 바탕으로, 허먼은 시추에이션십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Z세대와 젊은 밀레니얼 세대의 데이트 문화에서는 이런 방식이 점점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해요." 

허먼은 시추에이션십 상태로 1년 이상을 보냈다. 본인의 경험을 틱톡에 올렸을 때 거의 800만 조회 수가 나왔고 수만 개의 댓글을 받았다. 많은 댓글이 각자의 시추에이션십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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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컨설턴트인 허먼은 원격 근무를 하고, 자주 여행하며, 한 번에 몇 달씩 새로운 도시에서 살아본다. 이때 시추에이션십이 더 큰 자유와 자율을 허락한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세대의 연애 문화는 혼란스럽고 정신없어요. (Z세대는) 그냥 이렇게 바쁘게 살고, 여기에 맞춰 연애도 진화한 것 같아요."

Z세대가 데이트를 시작한 가운데, 사랑을 찾는 여정에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장애물이 따라붙는다. 예를 들어, 팬데믹은 상대를 만나는 일반적인 방법과 데이트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종종 후회를 남기는 온라인 데이트에도 많은 사람이 유입됐다.

또한, 젊은 세대는 과거와 달리 의도적으로 연애를 중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후 위기, 인플레이션 급등, 정치적·사회적 격변과 함께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직면한 젊은 세대는 더 많은 사회적 운동에 참여하고 개인적, 직업적, 재정적 안정성 모색을 우선시한다. 웨이드 부교수는 "요즘 세대는, 깊은 관계가 학업이나 경력을 방해할 수 있고, 과몰입에 주의하지 않으면 타인 때문에 인생의 궤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시추에이션십은 인생의 다른 부분도 잘 챙기면서 낭만적· 성적 정체성을 여행하려는 Z세대에게 최선의 선택지일 수 있다. 암스트롱은 이 현상이 "선택의 폭을 다양화"한다며, 이 회색지대를 피하기보다 선호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중이라고 덧붙인다.

물론, 이 모호한 관계에도 불안정성과 리스크는 있다. 이론상, 두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투명한 시추에이션십 조건에 동의할 때 시추에이션십이라는 그릇에 "철저한 정직함"이 담긴다는 것이 웨이드의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사람의 우선순위 조율이 어려울 수 있으며, 서로 시추에이션십에서 원하는 바가 다를 때 끝이 나쁠 수 있다. 가장 흔하게는 한쪽만 헌신적인 관계를 원하게 됐을 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데, 변화가 두려워 제대로 된 대화도 없이 끝나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추에이션십에 대한 주목은 앞으로 젊은 세대가 사랑과 성을 바라보는 방법의 변화를 시사한다. 과거 많은 이들이 꺼렸던 회색지대는, 이제 마음이 가는 대로 나아간 이들에게 만족스러운 중간지대가 됐다.

허먼은 그 중간지대에 완벽히 만족한다.

"내 선택이고, 내 결정이고, 내 행복이에요. 내게 아주 잘 맞고요. 마음이 편하고 이 길이 맞다고 느낀다면, 결과를 걱정하지 마세요."

09.17.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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