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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에 처한 우크라이나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전쟁

우크라이나에선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됐다. 상황은 더없이 위험해 보이기만 하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이자 러시아와 인접한 국경 지역 하르키우는 공습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지난주 토요일 오후, 하르키우의 한 대형 슈퍼마켓과 원예 쇼핑센터 건물에 러시아 활공 폭탄 2개가 날아들었다. 

당시 실내는 사람들로 붐비던 상태였다. 건물이 불길에 휩싸이고, 도시 전역에 검은 연기가 퍼지자, 해당 쇼핑센터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안드리 쿠데노프의 얼굴엔 절망의 그림자가 더해졌다. “러시아는 모든 것을 불태우고자 합니다. 그러나 우린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날씨도 좋고 원예 시즌도 막 시작해서 상점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상점엔 흙, 식물 등이 있었습니다.” 

쿠데노프는 휴대전화를 꺼내 공격받기 전 매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얼마나 아름다운 꽃들이 있었는지 보세요. 이곳엔 군인은 없었고, 모두 민간인뿐이었죠." 이번 공격으로 수십 명이 다치고 최소 15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여전히 시신 수습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보통 전쟁이 나도 민간인들은 자신이 예전에 살던 삶의 방식을 보존하고자 노력하곤 한다.

원예 쇼핑센터에서 불이 나는 동안에도 시민들은 반려견을 산책시켰다. 하르키우 중심부 거대한 광장에 자리한 카페들도 공습 사이렌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경보가 울려도 영업을 이어 나갔다. 오페라 극장 건물 계단에선 10대 소년들이 스케이트보드 점프 연습을 하고 있었고, 소년들은 휴대전화로 틱톡에 올릴 춤을 추고 있었다. 오페라 극장 안 깊은 곳에 자리한 콘크리트 지하실에선 전쟁으로도 중단되지 않은 음악 축제를 위해 오케스트라가 한창 리허설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시민들이 아무리 무덤덤하게 평정심을 유지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가 약 2년 전 시작된 러시아의 침공 이후 초반 몇 달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는 사실이 가려지는 건 아니다. 원예 쇼핑센터 타격은 이곳 북동부 지역과 동부 전선, 헤르손 근처 남부 지역을 노린 러시아 측 공세의 일부일 뿐이다.

사실 우크라이나의 방어 능력은 외부자들, 특히 서방 동맹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 서방 세계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곳 하르키우를 비롯해 약 1000km에 달하는 전선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전쟁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 또 다른 전략적 요인은 바로 전투에서 배우고 적응하는 러시아군의 능력이다.

러시아는 특히 방공 부문에서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약점을 반영한 공격을 이어 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공장들은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발전된 탄약과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

전쟁 발발 첫해 만에 러시아를 몰아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이제 러시아가 더 이상 우크라이나 깊숙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내기 바쁜 암울한 투쟁으로 바뀌었다. 이 전쟁은 3년째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편 전쟁 초반만 해도 군대와 영토방위군에 자원하려던 이들이 줄을 이뤘다. 그러나 이 긴 줄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초반에 지원한 이들 다수가 사망했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청년들을 더 모집하고자 애쓰고 있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군인 대부분이 중년 남성으로, 이미 지쳐있다.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 군 지도부는 끊임없이 병력을 전진 배치시키는 식으로 군인들의 생명을 허비하지 않는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넌지시 말한 것만 봐도 우크라이나에선 여전히 엄청난 인원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돕는 유럽 국가들은 각자 성공한 정도는 다르지만 더 많이 지원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 의회를 통과한 새로운 군사 지원 패키지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면 그래도 달라지는 게 있을 것이다. 즉 우크라이나는 계속 싸움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힘들 것이며, 11월 미국 대선 전 마지막 지원이 될 것이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다면, 과연 그가 바이든 현 대통령만큼이나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도와 줄진 알 수 없다.

한편 우크라이나 또한 무인기 전쟁 분야를 개척하며 자력으로 싸움을 이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폭발물을 실은 무인 선박을 통해 해상 무인기를 날려 러시아 군함을 침몰시키거나 흑해의 곡물 수출 경로를 다시 열기도 했다.

전쟁이 길어지면 상황이 이리저리 기울 곤 한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무기를 얻기 전까지 기회가 있다고 판단해 더욱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 위험한 여름을 보내며 드는 한 가지 큰 의문이 있다. 러시아의 규모, 능력, 집념이 이번 전쟁의 전략적 상황을 바꿀만한 우크라이나의 패배로 이어질까.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은 러시아가 인적 및 물적 자원을 대규모로 써가며 제한된 정도의 영토 확보 이상을 해낼 전투력은 갖추지 못했다고 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1년 전 여름을 생각해 보라. 지금의 러시아는 그 때 보다도 더 강해졌고,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상황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더욱더 깊이 진전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By Jeremy Bowen, BBC

06.0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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