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 라(시인 미주기독문협 시 등단. 현 The Gate 대표 )

맨 몸 드러낸 앞마당에 무화과나무
누렇게 낡아진 잎사귀 떨궈낸 자리에
우두자국 같은 딱지 앉은 가지 사이로
한 해의 끝자락이 지나간다
어느덧 12 월
분주한 일상이 밀어낸 여름날의 기억들
꽃바람이 찾아든 삼사월
연두빛 이파리 옷감 삼아 두르고
콩알만 한 푸른열매 구슬처럼 박아
짙어진 초록잎새 옷깃에 감추더니
바람결 바뀌는 팔월이 지나갈 즈음
자두알 크기 만큼 키워낸 무화과
소쿠리 한가득 담아낸 풍성한 마음
이웃과 더불어 즐거움을 더 했는데
한 해를 보내는 길목에서
꽃열매 피우려고 보라빛 살갗 트기까지
여름 햇볕 견뎌낸 수고에 고마워 하며
새 봄이 오면
막대기 같은 저 무화과 나무에 다시 새순이 돋아
달콤한 맛 피워낼 열매가 또 맺히길 기대하면서
곧 다가올 새해를 기다린다
12.27.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