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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과 마약과 정신질환

박동서 목사

미라클랜드 침례교회 담임목사

(주)요즈음 미국 사회에서 한 개인이나 가정의 행복을 파괴하는 요인 중에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이 바로 가정 폭력과 마약이라는 조사 결과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필자는 얼마 전에 바로 이 두 가지로 인해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도 있었던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철저히 붕괴되었는지 목격한 경험이 있습니다. 환자의 개인 비밀 보호 및 유지를 위해 나이와 이름, 가족 관계 등은 임의로 변경하였음을 밝힙니다. 

 

비가 엄청나게 퍼붓는 날이었는데, 저녁 다 늦은 시간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꼭 방문해서 만나보면 좋을 환자가 있다고 담당 의사가 직접 요청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 날 저녁은 제가 On Call(당직)이라서 폭우 속을 뚫고 차를 몰아 다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담당 간호사로부터 환자의 현재 상태에 관해 간단히 들은 바로는, 현재 30대 후반인 수잔이란 여자 환자는 심각한 약물 중독으로 환각과 환청 등의 증세를 보이며 응급실로 실려 왔고, 많이 안정되었으나 가끔씩 불안증(Anxiety)과 우울증(Depression) 증세를 보일 때마다 몇 차례 위험한 상황을 겪었다고 하였습니다.  

환자의 병실을 노크하고 들어서니 환자는 창문을 향해 앉아서 비가 내리는 길거리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의자를 갖다가 환자 옆에 앉은 후 환자의 기분을 물어보았습니다. 한 마디로 “Hopeless!” 즉, 소망이 없다고 답을 하였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하니까, 한참을 침묵하고 있다가 비로소 자신의 지나간 과거에 대해 들려주었습니다. 비교적 부유했던 가정에서 태어나 캐톨릭 신자였던 어머니의 권유로 캐톨릭 계열의 사립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직에 취업해서 부모로부터 독립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직장 관계로 잦은 파티에 참석하다가 첫 남편을 만나서 결혼하고 아들을 낳아 잠깐이나마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결혼 전부터 음주가 잦았던 남편은 술이 많이 취한 날이면 어김없이 폭력을 휘둘렀고, 결국 3년 만에 이혼을 하였습니다. 

어린 아들을 혼자 키우려니 힘이 들어서 다시 2년 만에 재혼을 했는데 남편이 알고 보니 마약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차츰 남편과 함께 마약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마약 복용과 소지 혐의로 구속까지 되고 첫 남편은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아가고 말았습니다. 자신은 초범이라 6개월 후 석방이 되었지만 남편은 그 후에도 반복되는 마약 복용으로 인해 현재 감옥에 장기 복역을 하고 있고 자신은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시간제 일을 했지만 아들을 데려올 수 없는 형편 때문에 우울증에 빠져서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고 했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아들이 현재 그 아버지에게 가정 폭력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자신이 데려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양부모 가정이나 돌보아 줄 수 있는 위탁 기관에 보내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부모마저 병들어서 요양병원에 있어서 그야말로 아들을 돌봐줄 수 있는 친척도 한 사람 없는 처지에 자신의 건강마저 상해서 이제는 퇴원을 해도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마약으로 다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싸여 있었습니다. 두 눈에선 하염없이 회한의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한 시간이 넘게 필자는 환자 옆에서 그녀의 모든 이야기를 공감해주면서 경청해주었습니다. 때로는 눈물 때문에 티슈 화장지를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과 감정을 그렇게 오랫동안 밝힌 것이 처음이었다고 했습니다. 환자가 말을 다 끝내고도 북받쳐 오른 슬픔과 안타까운 마음을 스스로 다둑거리기 위해 한참 동안 다시 기다려 주었습니다. 환자는 한결 밝은 표정으로 마지막 눈물을 손으로 훔치면서 기도를 부탁하였습니다. 간절한 기도를 하나님께 올려 드렸습니다. 

환자를 위해 성경을 침대 옆에 놓아두고 나와서, 그녀가 퇴원하면 머물면서 계속해서 치료받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곳을 소셜 워커와 함께 찾다가 인근에 있는 기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여성 마약중독자 치료와 갱생을 돕는 무료 쉘터와 연결이 되었고 입소 허락을 받았습니다. 이제 어떤 새로운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환자의 간절한 기도처럼 이제는 가정폭력과 마약 중독으로부터 벗어나서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데려와서 함께 살고 싶은 꿈이 하루 속히 성취되었으면 합니다. 선하신 하나님의 기도 응답이 기대되어집니다.                                                              

  tdspark@gmail.com

05.25.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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