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목사 (달라스 웨슬리연합감리교회 담임)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은 수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까지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요나단은 다윗의 처남이었다. 사울의 딸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요나단은 아버지 사울의 뒤를 이어 왕이 될 사람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윗을 이미 왕으로 정해 놓으셨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왕의 자리를 놓고 다투어야 하는 불편한 관계였다. 그들의 우정이 아니었다면 왕권을 놓고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여야만 했던 원수 사이였을 것이다. 사울이 몇 번씩이나 죽이려고 했을 때 다윗은 요나단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날 수 있었다. 요나단은 다윗에게 있어서 생명의 은인이었다. 성경은 다윗과 요나단의 각별한 우정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사울의 아들 요나단이 다윗을 심히 좋아하므로“(삼상19:1). “요나단의 마음이 다윗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요나단이 그를 자기 생명 같이 사랑하니라”(삼상18:1). “요나단은 다윗을 자기 생명 같이 사랑하여 더불어 언약을 맺었으며 요나단이 자기의 입었던 겉옷을 벗어 다윗에게 주었고 그 군복과 칼과 활과 띠도 그리하였더라”(삼상18:3-4). “요나단이 다윗에게 이르되 네 마음의 소원이 무엇이든지 내가 너를 위하여 그것을 이루리라”(삼상20:4). “요나단이 다윗을 사랑하므로 그로 다시 맹세케 하였으니 이는 자기 생명을 사랑함 같이 그를 사랑함이었더라”(삼상20:17). 다윗도 요나단을 믿고 따르며 의지하였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털어놓았고 도움을 청했다. 요나단이 전사하자 이렇게 울면서 탄식했다. “나의 형 요나단, 형 생각에 나의 마음이 아프오. 형이 나를 그렇게도 아껴 주더니, 나를 끔찍이 아껴 주던 형의 사랑은 여인의 사랑보다도 더 진한 것이었소”(삼하1:26, 새번역).
다윗과 요나단은 그들 사이의 우정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들을 뛰어넘어 아름답고 순수한, 그리고 진정한 우정을 꽃피웠다. 다윗과 요나단은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하기 위하여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는 언약까지 맺었다. “요나단은 제 목숨을 아끼듯이 다윗을 아끼어, 그와 가까운 친구로 지내기로 굳게 언약을 맺고”(삼상18:3, 새번역). 그렇다면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다윗과 요나단은 정말 친구 사이였을까? 그들의 나이차가 얼마나 나는지 알아보자. 1)다윗이 사무엘에게 왕으로 기름 부음을 받은 것이 17세쯤이었다. 2)그 후 13년 동안 사울에게 쫓겨 다니다가 서른이 되었을 때에 헤브론에서 왕위에 오르게 된다. 3)헤브론에서 5년 정도 다스리고 있었을 때에 사울과 요나단이 전사하고 그의 막내아들 이스보셋이 왕위에 오르게 되어 2년을 다스린다(삼하2:10). 그때 이스보셋의 나이는 40세였다. 4)장남인 요다단과 막내인 이스보셋 사이에는 적어도 3명의 형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대상9:39).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요나단은 40대 후반에 죽은 것으로 보인다. 5)다윗이 30세에 헤브론에서 왕이 되어 다스리기 시작하고 5년 반이 지날 즈음에, 다시 말해 다윗이 35세 때에 요나단이 죽었으므로 다윗과 요나단의 나이 차이는 적게는 열 살에서 많게는 열다섯 살까지 난다. 다른 식으로 계산해 보자. 1)개역성경에 따르면 사울이 40에 왕이 되고 40년을 다스리다가 80세에 죽었다(삼상13:1; 행13:21). 2)사울이 죽을 때 위에서 살펴본 대로 다윗은 35세였다. 3)사울이 죽을 때 나이가 80세였으므로 장남인 요나단은 적어도 55세는 되었을 것이다. 4)이렇게 보면 다윗과 요나단은 스무 살 이상 차이가 난다. 새번역 성경에는 사울이 30세에 왕이 되고 40년간 다스리다가 70세에 죽은 것으로 되어있다(삼상13:1 ; 행13:21). 새번역을 따르면 다윗과 요나단은 열 살 이상 차이가 난다.
적어도 요나단과 다윗의 나이는 열 살에서 많게는 스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열 살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친구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열다섯 살 정도 나이 차가 난다면 친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스무 살 나아차가 난다면 친구가 아니라 아버지뻘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다윗과 요나단을 친구인 것처럼 생각해왔다. 사실 성경서는 어디에서도 이들 관계를 친구로 묘사한 곳이 없다. 하지만 새번역 성경에서 그들이 친구였다고 번역했다. “요나단은 제 목숨을 아끼듯이 다윗을 아끼어, 그와 가까운 친구로 지내기로 굳게 언약을 맺고”(삼상18:3, 새번역). 세계 어느 성경에서도 새번역에서처럼 그들이 친구였다고 번역한 성경은 없다. 물론 원문에도 ‘친구’라는 단어는 없다. 요나단은 나이로 보나, 연륜으로 보나, 신분으로 보나, 다윗의 친구였다고 보기보다는 멘토였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이메일: jinhlee1004@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