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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호하는 다문화 사회는?

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

한국, 일본,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이지만, 오랜 역사와 생활 방식에서 비롯된 문화적 차이는 매우 뚜렷합니다. 이러한 문화 차이는 음식의 ‘맛’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음식 문화가 각 나라의 역사, 가치관, 사회적 특성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음식에 담긴 철학을 통해 그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한국 음식의 핵심은 ‘손맛’입니다. 한국인의 ‘손맛’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방식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따뜻한 정을 나누는 방식이며, 관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나물은 정성스럽게 손으로 무쳐 독특한 ‘손맛’을 가미합니다. 이 ‘손맛’은 음식에 정성을 더하고 사람들 간의 정을 나누는 역할을 합니다. 

찌개에 밥을 말아 먹고, 고기를 쌈에 싸 먹고, 한국인의 식탁에서는 늘 손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밥과 나물에 양념장을 더해 비비는 비빔밥은 그 자체로 즐거운 과정이 됩니다. 

반면, 일본 음식은 ‘칼맛’입니다. 칼의 기술이 음식의 맛과 품격을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칼로 재료를 깔끔하게 손질하고, 섬세하게 담습니다. 일본 음식에서는 재료를 섞거나 비비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재료를 섞거나 비비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심지어 카레라이스도 밥과 카레를 따로 담아 각각 한 입씩 먹습니다. 이는 재료 본연의 맛과 형태를 존중하는 일본 음식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음식은 ‘불맛’입니다. 뜨거운 화력으로 강렬하고 다채로운 맛을 완성합니다. 불을 다루는 기술이 요리사의 실력을 나타냅니다. 강한 불에서 웍(wok)으로 빠르게 볶아내는 조리법은 단순한 요리기술을 넘어서, 요리사의 열정과 힘을 상징합니다. 

이 세 나라의 문화적 차이는 각 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무기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창’은 직선적이고 강력합니다. 강한 불맛과 웅장함이 특징인 중국 요리처럼, 스피드와 파워를 상징하는 중국의 ‘창’은 넓은 전장을 빠르게 커버하며 적을 제압합니다. 

일본의 ‘검’은 정교하고 예리합니다. 잘 드는 칼로 재료 본연의 특징과 맛을 살리는 섬세한 일본 요리처럼, 사무라이의 ‘검’도 정확하고 깔끔한 기술을 중시합니다. 

한국의 ‘활’은 유연하면서도 정확합니다. 음식을 비비고, 쌈을 싸먹고, 말아 먹으며 음식을 통해 정을 나누고 서로 연결되고 조화를 이루 듯, 한국의 활은 멀리 있는 대상을 유연하고 정확하게 연결해 줍니다. 

이 세 나라의 음식과 무기는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그런데 이 세 나라가 공유하는 문화도 있습니다. 쌀을 중심으로 한 식사문화, 밥, 반찬, 국물의 조화, 젓가락을 사용하는 식사예절, 차와 다도, 풍수지리, 불교와 유교 전통 음양오행 사상 등 비슷한 문화적 정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는 미국도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다문화 사회입니다. 특히 우리 교회가 위치한 에너하임은 그 특성을 잘 보여주는 지역입니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한 지역에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멜팅팟’(Melting po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국가가 하나의 거대한 용광로와 같다는 비유로, 각기 다른 문화와 인종이 하나로 녹아들어 ‘미국인’이라는 공통된 정체성 아래 동화된다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샐러드 볼’(Salad Bowl)이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이는 각자의 문화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며 공존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마치 한국, 일본, 중국이 서로 비슷하면서도 고유한 문화를 가진 것처럼, 각기 다른 문화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의 개념입니다. 

우리가 사는 다문화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우리는 어떤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고 있나요? 각자가 고유한 모습으로 함께 존중하며 살아가는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 아닐까요?

04.12.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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