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오스틴 주님의교회)
요즘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가 있다. 남녀 주인공이 각각 체육복과 옛날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은 것이 정겨운 ‘폭싹 속았수다’가 그것이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서 이것을 접한 뒤로 이민 생활의 긴장감과 단조로움 속에 메마른 감성이 해갈되는 것을 경험했다. 특히 두 가정이 극 속에서 대조를 이루며 오늘날 가정에 교훈을 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랑으로 아내를 보듬어주고 아껴주는 부부의 가정과 내 성질대로 내 욕구대로 함부로 아내를 대하는 부부의 가정이 잘 대조를 이루며 각 가정의 부부의 결말을 그려내고 있었다. 드라마는 성질대로 아내를 대하던 그 사람의 아버지가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던 것을 말하며 그 또한 피해자였음을 넌지시 전하고 있었다.
한 가정의 문화는 세대로 전승된다. 예를 들면 단 음식을 좋아하던 부모 밑에서 성장한 사람은 그 입맛에 길들어 맥심 커피를 먹으면서도 각 설탕을 하나 혹은 그 이상을 추가하여 달게 먹곤 한다.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어머니를 대하는 말버릇이나 행동 또한 자녀들은 답습한다. 아내를 함부로 대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는 그 행동을 은연중에 답습하며 또 다른 가해자가 된다.
신앙생활 또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느 해 새벽, 커다란 검은 쓰레기 봉지를 어깨에 짊어진 대학생이 우리 부부의 기도가 끝나자, 본당 장의자 아래에 뭔가를 두는 것을 보았다. 크리넥스 티슈였다. 유학생 신분에 빠듯한 재정일 텐데 기도하며 눈물 흘리는 성도들을 배려하여 그런 행동을 한 것이었다. 이 아이의 행동이 대견하여 우리 부부는 아침을 사주며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어머니 또한 교회 화장실 청소를 정기적으로 하며 교회를 잘 섬긴 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한 교회에서 오랫동안 사역을 하다 보니 가정의 신앙의 문화가 어떻게 계승되는지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흥미롭다. 주일 예배나 신앙생활 전반에 소극적이며 자유분방한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는 성인기가 된 지금 부모와 동일한 신앙의 패턴을 보이고 있지만 주일을 철저히 지키며 교회를 잘 섬긴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는 성인기가 된 지금 여전히 그 부모처럼 모범적인 신앙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보는 대로 배운다.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우리 인생의 생사화복은 하나님 손에 있다는 진리다. 정말 자식이 잘되기를 원한다면 하나님을 바르게 만날 수 있도록 부모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세속주의에 빠져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자식을 닦달하는 모습이 아니라 솔선수범하여 예배 생활하고 날마다 성경 말씀을 읽으며 기도하는 하나님 중심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부부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서로를 지지해 주는 관계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삶의 노력이 더해질 때 우리의 가정은 신앙적이고 정서적으로 건강한 가정이 되어 건강한 세대를 경건하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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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