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St. John’s UMC)
각자 사역과 직장, 아이들을 돌보느라 만남이 쉽지 않았던 친한 사모님과 우리 집에서 오랜만에 점심 식사교제를 했다. 그동안 밀린 얘기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참 즐거운 아줌마 수다를 나누다 어느덧 아이들 하교시간이 되어 자리를 마무리하는데 "사모님 댁 근처에 LA마트가 가깝네요? 너무 좋으시겠어요." 하신다.
"네, 그런데 다른 마켓들을 오가며 지나기는 했지만, 아직 가보지는 못했어요."했다. 그러자 "어머, 왜요? 이제 거기만 다니세요." 노던 버지니아에 여기 한 지점 뿐 인데 모든 식료품이 싱싱하고 가격이 싸서 집 근처 가까운 마트를 두고도 거리가 먼 그곳으로 사람들이 엄청 많이 간다고 한다. 사모님께서도 오늘 장을 보시려고 아이스박스 큰 것을 가지고 왔다고 하시며, 마침 잘 됐다고 함께 가자고 하신다.
깔끔하게 정돈과 포장이 잘 되어져 있는 요즘 마트들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약간 낯설게 느껴지는 살짝 시장느낌의 마트였다. 우리 같은 소매 소비자들 위주가 아닌, 요식업이나 도매상들을 위한 마트로 보여 진다. 가격들을 살피며 나도 장을 보는데, 정말 비교가 되지 않게 가격이 저렴하고 모든 상품들이 싱싱했다. 계획 없이 얼떨결에 함께 시장을 보게 된 나는 많이 구매하지 않았지만, 친구사모님처럼 다른 많은 사람들이 카트 가득하게 장을 보며 가격과 품질에 만족 하는 모습이었다.
진작 와보지 않았던 나를 자책하고 후회하며 이제 다른 마트는 안가고 여기만 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주차장에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집에 돌아왔다.
주부로서 누구나 조금 더 경제적이고 계획적인 쇼핑과 소비를 위해 노력하고, 인터넷과 신문, 광고지를 통해 나온 쿠폰이나 세일 정보들로 더 저렴한 소비를 위해 찾아 애쓴다. 특히 최근에는 뉴스와 신문에서 하루하루 경쟁하듯 고물가 인플레이션 위기와 심각한 경제위기를 얘기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생활물가가 급격히 치솟아 한정된 예산으로 고물가를 대비하기 위해 걱정과 두려움이 생길 정도다. 요즘처럼 공산품과 식료품 등 모든 소비에 절약과 절제를 위한 방법이나 노력을 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이런 모든 현상들이 우리를 더 저렴한 마트로 발길을 향하게 하고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소비 자체를 하지 않게 한다.
사순절을 지나며 스스로 주부로서 고물가시대에 위기를 느껴 절박하게 싸고 좋은 마트를 찾듯이 얼마나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고 있는가? 하는 자책이 들었다.
사순절 묵상집을 펴서 오늘의 말씀을 읽는데, 바디매오 이야기가 나온다. 익숙히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또 나처럼 어릴 때 부터 교회에 다닌 사람은 흥겹게 노래와 율동으로 찬양했던 '예수님이 말씀하시니 바디매오가 눈을 떴다네~예수님! 예수님! 나에게도 말씀하셔서 새롭게! 새롭게! 변화시켜주소서~' 하는 찬양도 잘 알 것이다. 바디매오의 이름을 정확히 기록한 말씀은 성경 마가복음에 나온다. 자신의 모든 공생애 마지막 완성을 위한 십자가를 지시려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바디매오는 이미 소문으로 들어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인 겉옷까지 벗어 던지며, 예수님께 소리쳐 다시 보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의 외침과 간구에 예수님께서는 죄 사함으로 마지막 기적을 베푸셨다. 당장 눈앞에 다시보기를 원한 바디매오처럼 오늘의 절약을 위해 저렴한 마트를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묵상가운데 이민자인 우리에게는 특별히 모국인 한국과 삶과 사역의 터전인 미국 두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 분명한 사명을 주심을 느끼며 그동안 힘써 기도하지 않았던 나를 회개하게 하셨다. 두 나라의 모든 위정자들과 지도자들이 무엇보다 하나님을 인정하며 두려워하게 하시고, 지혜로 함께 하사 국민과 나라를 사랑하여 모든 이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함께 평안하기를 기도했다.
다시 뜬 눈으로 세상을 보며 행복하고, 장바구니가 가득한 만족함이 아닌, 죄 사함을 받고 진리이신 예수님을 따르며, 나라가 안정되고 하나 되어 부활하신 예수님의 축복과 기쁨이 모든 민족 누구에나 임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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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