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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계절

송찬우 목사

시애틀 임마누엘장로교회 원로목사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와도 물들지 않고 추운 겨울 내내 그런대로 겨울화단을 지키고 있던 아티초크 몇 그루가 내린 눈과 영하를 오르내리는 기온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어깨를 내리 깔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여기저기 초록빛을 띠고 봄을 기다리고 있던 캘리포니아 로스들(California rose)도 무기력하게 납작 엎드린 채 일어날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채마밭을 지키고 있으면서 음식의 맛을 돋궈주던 파와 입맛을 돋우기 위해 가끔 채취해서 식탁 위에 오르게 해주었던 케일도 어깨를 땅에 닿도록 떨어뜨린 채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그런 뒷 정원을 창문을 통해 내어다 보며 그것이 자연의 현상만이 아니라 우리가 맞고 경험하고 보내는 육신을 가진 인생의 모습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합니다.

예수님을 만나 처음 교회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아주 즐겨 부르시던 ‘허사가’라는 것이 떠오릅니다. 그 ‘허사가’ 1절은 지금도 제 기억 속에 이렇게 담겨 있습니다.

"세상만사 살피니 참 헛되구나. 부귀공명 장수는 무엇하리요. 고대광실 높은 집 문전옥답도 우리한번 죽으면 일장의 춘몽...."

이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며 갖가지 사념에 잠겨 있는 제게 하나님은 이렇게 다가오십니다.

 

“생전에 여호와를 찬양하며 나의 평생에 내 하나님을 찬송하리로다. 귀인들을 의지하지 말며 도울 힘이 없는 인생도 의지하지 말지니 그의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서 그 날에 그의 생각이 소멸하리로다. 야곱의 하나님을 자기의 도움으로 삼으며 여호와 자기 하나님에게 자기의 소망을 두는 자는 복이 있도다(시 146:2-5).”

02.0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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