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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후

민경엽 목사 (나침반교회)
민경엽 목사

나침반교회, 풀러 Th. M

미국 현대 희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노벨상 수상 작가 유진 오닐(1888-1953)은 <나사로가 웃었다(Lazarus Laughed)>라는 비범한 작품을 썼다. 나사로가 죽었다가 나흘 만에 죽음에서 살아난 후에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살았을까를 상상하면서 쓴 장편의 글이다. 나사로는 죽었다가 살아난 다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확 달라졌다. 우선 가장 큰 특징은 늘 웃는 얼굴로 산다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마냥 즐겁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웃었다. 하루 종일 웃었다. 죽음도 경험하고, 천국도 경험하고 다시 살아났기 때문에 전 같으면 사소한 일에도 노심초사하고, 걱정 근심에 잠도 못자고, 누가 자기에게 뭐라고 안 좋은 소리를 하면 거칠게 반응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웬만하면 모든 일을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아량이 생겼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사로가 사는 집에 “웃음의 집”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그가 사는 동네 베다니는 나사로 덕분에 아주 기쁨이 가득한 동네로 소문이 났다. 급기야 나사로가 사는 집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그 동네 사람 중에 어떤 이가 이런 사실이 불편하고 못마땅하여 나사로를 관청에 고발했다. 관청의 관리는 고발장이 접수되었으니 무슨 액션을 취해야 할 것 같아서 궁리한 끝에 나사로의 웃음을 막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되어 그 집 대문에 “웃음 금지”라는 빨간 딱지를 붙이고 나사로에게 절대로 웃지 말라고 협박과 고문까지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사로는 자신이 본 사랑과 영원의 나라를 증언하며 죽음조차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

부활절이 끝났다. 부활절은 단순히 교회가 해마다 치르는 행사가 아니다. 부활의 능력과 정신으로 살기를 각성시키는 절기다. 그래서 초대교회 성도들은 유대교에서 지켜오던 안식일을 주일로 변경하여 성수하지 않았던가! 주일마다 사실 성도들은 부활을 기념하는 것이다. 또한 날마다 성도들은 부활의 능력과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활절이 또 하나의 행사가 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부활의 정신으로 견고해져야 하고, 어려운 삶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써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부활의 능력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은 결코 헛되지 않은 줄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교회 교우들 중 지난 1월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은 최유성 집사를 종종 그리워한다. 최 집사는 기계체조 선수였는데 고교 1학년 때 이단 평행봉을 하다가 추락하여 전신마비로 47년을 살다가 우리 곁을 떠난 사람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순회 찬양팀에 의해 전도를 받고는 자신의 인생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열렸다. 전신마비로 신경이 죽었으니까 아프지 않을 것 같지만 보통 사람들이 겪는 모든 통증을 똑같이 겪는다. 작년에는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는데 통증만큼은 느껴야 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여기저기 병이 끊임없이 생겼고 수시로 욕창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기억이 남는 것은 밝은 표정으로 웃는 모습뿐이다. 그는 항상 기뻐하였고, 우리 교회 중보기도자 1호였다. 모든 상황 속에서 감사하였다.

그는 특이하게도 주일에 거의 매주 출석하면서도 아플 때를 제외하곤 거의 매달 마우스 터치로 쓴 편지를 보내왔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2023년 7월에 보낸 편지의 내용은 대강 이렇다. 전혀 하나님을 알지 못했고 우상만 섬기던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이 자신의 사고로 인해 구원의 길을 찾게 됨을 감사하고, 45년간이나 감사 생활을 하게 해주심을 감사하고, 십일조를 드리면서 십일조를 드릴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였다. 십일조 $120, 십일조에 대한 감사헌금 $10, 전신마비 된 지 45년 된 것에 대한 감사헌금 $10, 주일헌금 한 달치 $50, 집회감사헌금 $10. 부활절 자체도 중요하지만 부활절 후가 중요하다. 부활의 능력과 정신으로 살아가는 삶이 중요하다. 부활의 첫 열매되신 예수님은 지금도 살아계시니 그 분의 현존을 마음속에 느끼면서 이제는 나사로처럼 웃어야 하고 최 집사처럼 감사해야 한다.

minkyungyob@gmail.com

05.03.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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