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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와 글 - 어떻게 읽을 것인가?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 했습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이기에 그의 작품을 대할 때 좀 더 우리가 주의해야 할 영역들을 문학과 신학을 접했던 입장에서 찾아 봅니다.

 

1. 그는 수많은 작가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보다 더 앞서는 진리는 ‘그 역시 죄로 감염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또 한 사람의 죄인’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시기 바랍니다. 그의 관점이 다 맞을 수도 없고, 그의 감성이 다른 사람의 깊이 숨은 생각을 다 뚫어 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지나치게 저자를 과대 포장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 표현과 구성의 능력을 가진 작가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누가 나에게 불교에 대해 질문한다면 나는 내가 믿는 기독교의 진리를 설명하는 것처럼 대답할 지적인 정보와 능력이 없습니다. 사실 내가 믿는 기독교에 대해서도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작은 부분에 불과한지 나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전체를 알지 못하니 내가 알고 있는 이 작은 부분이 얼마나 작은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한강 작가 역시 예수님이 필요한 불완전한 죄인입니다!

 

2. 곁 다리 걸지말고 있는대로 그의 눈을 따라가 보라!

언제나 마찬가지이지만 사람들은 갈등의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자신의 입장을 편파적으로 설명합니다. 편파적인 자기 입장을 내려놓고 가능한 작가가 글을 통해 말하는대로 그대로 따라가며 읽는 것이 훨씬 더 작가의 생각을 제대로 알아갈 수가 있습니다. 작가가 던진 말이나 단어 중의 한 부분만 가지고 전체의 내용을 판단하거나 비평하려면 자신이 뽑아낸 그 한 단어가 정말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바로 그 단어였는지부터 냉철하게 점검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작가 한강이 2017년 10월 7일 자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사용한 ‘대리전쟁’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제법 많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인접한 강대국들에 의해 일어난 대리전’이라는 표현 때문입니다. 사실 그 기고문에서 작가는 한국전쟁 그 자체를 묘사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쟁이라는 무차별적인 인간의 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나름대로 찾고 있으며, 그 대답으로 작가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동등한 개체로 보지 않고 하등한 개체로 보기 시작할 때, 그곳에서부터 모든 비인간적이고 무차별적인 폭력이 일어났음을 지적합니다. 작가는 대리전쟁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잃어버린 인간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목사인 나에게 있어서 모든 전쟁은 사실 ‘대리전’에 불과합니다. 전쟁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자신은 뒤로 숨고 인간을 전쟁의 전면에 내세워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살인을 하도록 만드는 ‘악의 세력’과 그 세력에 맞서 정당한 방어를 주장하며 또 다른 죽음을 가져오는 ‘선의 세력’의 대리전이라는 관점입니다. 같은 대리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사용된 배경과 의미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러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그 내용을 따라 끝까지 읽는 것이 바르게 읽는 길입니다.

노벨상은 지구촌에서 주어지는 최고의 상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 노벨상을 받은 문학작품들을 하나님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행간의 뜻을 찾아가며 읽음으로써 작가가 독자에게 주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많은 것들을 담아내는 신앙인의 가을이 되기를 바라며, 샬롬.

hankschoi@gmail.com

11.02.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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