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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낭독도 예배다

기독교 역사에서 성경 낭독은 구약시대와 신약시대에서만 아니라 교부 시대에도 일반적인 일이었다. 성경 낭독은 모세 시대 이후로 예배에서 중심 요소였다.

성경 낭독의 역사

 

기독교 역사에서 성경 낭독은 구약시대와 신약시대에서만 아니라 교부 시대에도 일반적인 일이었다. 성경 낭독은 모세 시대 이후로 예배에서 중심 요소였다. 구약 성경에는 사람들 앞에서 성경을 낭독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특히 성경을 낭독하는 일은 모세 오경에서 규범적인 관행이었다. 이런 관행은 유대교 예배의 토대가 되었고, 후에 기독교 예배에도 영향을 주었다. 신약 성경에 나타난 예배에서 기도, 성경 낭독, 강론도 유대교의 회당 양식이 반영된 것이다. 

예수님도 회당에서 말씀을 읽고 강론하는 일에 참여하였다(눅 4:14-30). 이는 예수님과 제자들도 유대인들의 성경 낭독 전통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버트 웨버는 “말씀 예전과 그것의 교훈적인 성향은 회당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유대인이었던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이 회당에서 실행했던 것들을 기독교 예배의 상황에 맞게 바꾸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성경 낭독이 초대 기독교 예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바울의 서신에서 볼 수 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내가 이를 때까지 읽는 것과 권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에 전념하라”(딤전 4:13)고 부탁한다.

특히 주목할 사실은 회당 예배에서 성경 낭독은 필수적이었지만 설교는 선택적이었다(브라이언 채플, 그리스도 중심적 예배, 359)는 점이다. 기독교 예배는 많은 부분에서 유대교 예배 의식과 형태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초기 몇 세기 동안의 정규 예배에서 성경 낭독 계속되었다. 이러한 역사는 기독교 예배에서 더욱 강화되어 4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예배에서 정규적으로 구약에서 한 곳, 신약에서는 복음서와 서신서를 낭독하였다. 마지막 낭독은 언제나 복음서를 낭독하였고, 복음서를 낭독할 때는 성도들이 일어나서 들었다. 

초대 교회 시기에는 공식적으로 임명받은 성경 낭독자가 있었다. 성경 낭독자의 직책은 주후 200년부터 존재하였고, 소성직(minor orders)의 하나였으며, 주교에 의해 임명되었다. 적어도 4세기부터 1년을 주기로 성경 낭독과 설교를 위한 성구집(lectionary)이 있었다. 성구집은 공적 예배에서 낭독과 설교에 사용되는 성경 구절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놓은 목록이다. 성구집은 교회와 수도원 예배에서 권위를 갖게 되었다. 교회 역사에서 말씀 예전으로서 성경 낭독은 중세 시대에 쇠퇴하였다. 하지만 종교 개혁 시대에는 부활하였다. 루터와 칼뱅과 츠빙글리와 같은 개혁자들은 예배에서 말씀 예전으로서 성경 낭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기독교 예배 역사에서 설교만이 말씀 예전이 아니라 기도, 노래, 성경 낭독 등도 말씀 예전의 중요한 요소였다. 테리 존슨과 리곤 던컨은 예배에서 공적으로 성경을 낭독하는 것은 공동 예배의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였다. 예배에서 성경을 낭독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였다. 설교를 위한 성경 봉독이 아니라 설교 본문과 다른 성경 본문을 낭독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회 예배는 설교는 중요하게 실행하고 있지만, 성경 낭독은 실행하지 않는 교회들이 많다. 

한국 교회 예배에서 찬양과 설교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고 성경 낭독 시간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 비록 예배에서 주로 시편으로 구성된 성경을 교독하고 있지만, 성도들은 말씀 예전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즉 성경 교독은 설교와 똑같이 중요하고 대등한 예배의 요소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도들이 설교를 예배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경향 때문에 성경적 예배를 설교 중심적 예배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개혁주의 전통은 예배에서 성경을 낭독하는 행위는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말씀하시는 수단으로 이해해 왔다,

 

성경 낭독의 목적

 

기독교 예배의 기본 구조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주시고 우리는 듣고 응답하는 구조이다. 예배에서 성경 낭독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님에 대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에게 듣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성경은 낭독의 목적을 듣는 것과 준행에 있다고 말한다(출 24:7). 

예배에서 성경 낭독은 하나님과 대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성경을 낭독하는 이면에는 듣는 행위가 있고, 듣는 행위는 공동체 행위이다. 듣는 행위를 통해 말씀이 우리를 새롭게 하고, 하나님과 우리 상호 간에 살아있는 관계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예배에서 성경을 낭독하는 것은 도움이 되는 조언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공동체가 하나님의 이야기를 함께 들으며 하나님의 이야기를 재현하기 위해서다. 유진 피터슨은 성경의 기능을 이렇게 말한다. “책의 일차적인 존재 이유는 우리가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저자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그들의 주장들을 들으면서 그들과 함께 논의하고, 그들의 답변을 들으면서 그들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저자와 독자들이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성경이야말로 바로 이러한 책이다.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이야기들을 비인격적으로 읽으면 우리는 그것들을 왜곡하게 된다”.

성경을 공적으로 낭독하는 것은 은총의 수단이다. 공적으로 성경을 낭독하는 것은 우리가 공개적으로 그리고 공동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기회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으로 우리는 강해진다. 성경 낭독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은총의 수단이다. 예배에서 말씀을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단지 설교만을 통해서 듣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예배에서 설교가 바르게 행해질 때, 성경을 가르치는 교육적 차원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그것을 실천하게 할 수 있다. 성도들이 설교를 하나님의 음성으로서 듣기 때문에 설교는 그 어떤 요소보다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설교가 예배에서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설교자의 왜곡된 해석이 왜곡된 들음으로 이끌 위험성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 설교는 말씀에 대한 해석과 교육적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성경 낭독이 예배의 맥락에서는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시 서술하면, 설교는 성경과 복음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 목적이 강하다. 하지만 성경과 복음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성경 낭독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예배에서 성경 낭독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순수하게 듣는 것은 영의 양식을 순수하게 먹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매일 밥을 먹어야 하듯이 성경 낭독을 통하여 생명의 양식인 말씀을 순수하게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배에서 성경을 낭독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의 체험적 경험, 선입견, 느낌, 취향, 교리 체계 등으로 구성된 인식 필터(cognitive filters)를 통해 보지 않고, 순수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그 자체로 듣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설교는 자칫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설교자의 인식 필터를 통해 지나친 해석을 가할 수 있지만, 성경 낭독은 우리가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우리를 해석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성경의 권위를 높이는 행위이기도 하다.

 

성경 낭독의 방법

 

예배에서 성경이 편중되게 낭독되어서는 안 된다. 잘 알려진 부분과 신약과 시편뿐 아니라 구약 전체와 요한계시록도 낭독해야 한다. 성경을 낭독하는 양은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 낭독해야 할 성경 본문의 장이 긴 경우에는 나누어서 낭독하도록 해야 한다. 성경의 장을 나눌 때는 단락 안에서 문맥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예배에서 성경 낭독은 구약과 신약을 균형 있게 낭독해야 한다. 예배에서 신약을 가지고 설교를 한다면 구약에서 낭독하는 것이 좋다. 구약 본문을 가지고 설교할 때는 신약에서 낭독하는 것이 좋다. 개혁교회 전통의 중요한 예배 지침서인 웨스트민스터 예배 모범은 예배에서 설교 본문과 메시지 이외의 구약에서 한 장과 신약에서 한 장을 공적 예배에서 낭독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예배에서 성경을 낭독하는 것을 실행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말씀 예전으로서 성경 낭독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복음서를 순차적으로 낭독하는 것이 좋은 방식이 될 수 있다. 한국 교회의 일반적인 경향은 주로 구약의 시편으로 구성된 교독문을 교독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배에서 시편은 교독 형태로 복음서는 낭독의 형태로 실행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성경을 낭독할 때는 계획을 세워 연대기적으로 혹은 문학 유형을 번갈아 가면서 혹은 성경적 순서에 따라 낭독해 갈 수 있다. 성경을 낭독할 때 시편과 같은 성경의 특별히 교훈적인 부분을 규칙적으로 사용하면 좋다. 시편은 삶의 실체를 다루고 있고, 살아계신 하나님께 쏟아 부어진 영혼의 상태, 즉 불평, 마음의 애통함, 공허감 등을 잘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by 최창국, TGC

11.02.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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