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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주간 특집

Why me?에서 Why not you?로 - 고난에서 발견한 하나님의

부모로서 자녀의 기쁨보다 더 큰 행복은 없지만, 그만큼 자녀의 아픔보다 더 깊은 고통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아이가 고통 가운데 있을 때, 부모의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져 내립니다. 모든 걸 대신해주고 싶지만, 어떤 아픔은 아무리 애를 써도 대신 짊어질 수 없는 일이니까요.

“자녀는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시편 127:3)

돌아보면, 저는 큰 어려움 없이 자녀들을 키우며 부모로서의 역할을 감당해 왔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큰 은혜였는지, 당시엔 깊이 깨닫지 못했습니다. 입으로는 “하나님이 기르셨다” 말했지만, 마음 한켠엔 그것이 마치 나에게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여겼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 안의 교만을 다루시고, 진짜 믿음이 무엇인지, 고난을 통해 깊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Why me?”-절망 속에서 던진 질문

첫째 아들이 결혼하여 두 아들을 얻었을 때, 그보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첫째 손자가 세 살이 되었을 무렵, 자폐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걱정이 현실이 되자, 감당할 수 없는 절망이 밀려왔습니다.

“여호와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시편 22:1)

“하나님, 왜 우리 가정입니까? 왜 하필 우리 손자입니까?”

가족들 앞에서는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밤이 되면 하나님께 묻고 또 물었습니다.

기도라기보다 울부짖음에 가까웠던 그 밤들 속에서 제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던 질문 하나—

“Why me?” 그 물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며느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들이 밤새 통곡하며 무너져 내렸다고 했습니다.

항상 강한 모습만 보여주던 아들이, 그렇게 흐느끼며 울고 있다는 말에 제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당장 달려가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믿음으로 이겨내자.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실 거야.”

담담하게 말했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저도 한없이 울었습니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간절히 하나님께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기도하면서도, 다시 떠오르는 물음은 늘 같았습니다. “Why me?”

 

하나님의 속삭임, “Why not you?”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께서 제 마음 깊은 곳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음성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이 고난 속에서도 나를 신뢰하겠느냐?" 그 질문과 함께 떠오른 한 말씀은 캄캄한 마음속에 한 줄기 빛처럼 스며들었습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고린도후서 12:9)

처음에는 이 말씀이 잘 와 닿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손자가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 도무지 은혜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묵상하며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역사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나의 연약함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충분하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제 마음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Why not you?" (왜 너는 아니어야 하느냐?)

그 질문 앞에서 숨이 턱 막혔습니다. 믿음이 있다고 고백하면서도 저는 여전히 고난을 피하고 싶어 했습니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라는 질문 안에는 내가 이런 시련을 겪을 이유는 없다는, 어쩌면 교만한 마음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이 고난을 통해 내가 너희를 더 깊이 만나기를 원한다.”

 

고난 중에도 허락하신 은혜

그 이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며느리는 아이 곁을 지키며 최선을 다해 교육하고 기도하며 버텼고, 손자는 한글을 깨우치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에서는 아이들을 대표해 식사 기도를 드리는 순간도 생겼습니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은혜로 이어졌습니다.

어느 날, 며느리가 보내준 동영상 속에서 손자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정성스럽게 외운 기도문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는 그 모습을 보며 우리 가족은 눈물로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고 계셨습니다.

둘째 손자는 형을 살뜰히 챙기며, 밝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두 형제가 서로를 아끼며 자라는 모습 속에서,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더 큰 은혜를 기대하게 됩니다. 더 이상 "왜 우리입니까?"라고 묻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가족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평안을 누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눈물 흘릴 날이 있겠지만, 주님이 함께하신다는 확신이 있기에 그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왜 우리 가정입니까?”라고 묻지 않습니다. 그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하나님, 이 고난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고 계십니까?” 그 질문 속에서 저는 하나님의 은혜가 여전히, 그리고 충분히 우리의 연약함 가운데 역사하고 있음을 배웁니다.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로마서 5:3-4)

hichristian9@gmail.com

04.12.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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