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문 기간에 병원에 입원하신 목사님 병문안을 했다. 제법 큰 수술을 마치고 누워 계신 목사님을 아주 잠시 뵐 계획이었다. 수술 직후라 면회조차 금지된 상황에 멀리서 왔고 곧 떠나야 할 사람이라며 특별히 부탁해서 얻은 면회기회였다. 그러나 잠시 뵙고 돌아가기로 했던 계획은 사역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선교, 목회, 그리고 다음 세대 세우기 등등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었다. 통증을 참아가며 사역과 영성에 관해 나누시던 목사님은 최근에 기도를 가르치는 사역에 관해서 나누시며 열변을 토하셨다. 수술 직후 통증이 심할 때였지만 목사님의 사역을 나누시며 통증을 잊으신 듯했다. 목사님께서는 최근에 성도들과 성경공부 하듯 기도공부를 하는데 큰 보람을 느끼신다고 하셨다. 그날 대화의 결론은 우리가 기도를 잘 모르면서 기도를 공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오래전 이민목회를 하면서 기도학교를 개설하여 12주간의 과정으로 기도를 공부했는데 참 좋았다. 기도학교는 당시 교회 지도자 양육 과정 중의 하나였다. 말씀학교, 예배학교, 성령학교에 이어서 진행한 기도학교는 모든 과정 중에서 가장 은혜롭로 유익한 과정이었다. 참가자들의 호평도 있었지만 나 자신에게도 큰 유익이 있었다. 특히 나 자신은 기도학교는 나의 기도를 객관화할 기회가 되었고, 기도를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었다.
신앙인에게 기도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 삶의 여정에서 하나님을 경험하고 믿음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통로가 기도다. 하지만, 기도를 배울 기회가 별로 없다. 우리는 대부분 신앙의 선배들 기도를 듣고 기도를 배운다. 모든 예배, 모든 행사에서 기도하고 모든 신앙인은 기도하지만, 기도에 대한 교육은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다. 그리고 신앙의 성숙과 더불어 기도를 실천하며 실제 생활에서 기도가 굳어진다. 교회 예배시간에 장로님의 대표기도가 당황스럽도록 미숙한 것을 종종 경험한다.
기도는 우리 신앙의 척도(Barometer)다. 기도에는 자신의 신앙 고백과 신학이 담겨 있다. 하나님을 아는 만큼 기도한다. 그리고 기도한 만큼 하나님을 안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경험한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향한 신앙을 고백한다. 모든 신앙인에게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 혹은 하나님에 관한 지식이 즉 신학이 있다. 그 신학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실제 상황이 기도다. 아무리 그럴듯한 신앙 고백이 있어도 기도하지 않으면 그 고백은 의심스럽다.
그러므로 기도는 생활화되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실천되는 기도가 중요하다. 성경은 쉬지 말고 기도하라고 가르친다. 성경에는 쉬지 않고 기도한 경우가 많다. 기도의 모범을 보이신 예수님, 늘 흔들림 없이 기도했던 다니엘, 위대한 선교사 바울... 등등 모두 삶에서 기도를 실천한 기도의 주인공이다.
이 일상 속의 기도에서 가장 탁월한 사람이 에녹이다. 에녹에 대한 성경의 설명은 ‘하나님과 동행한 사람’이다.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한 것은 그가 일상생활에서 기도했다는 말이다. 믿음의 영웅들을 소개하는 히브리서 11장은 5절에서 하나님과 동행한 에녹의 믿음을 설명한다. 에녹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믿음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라는 증거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6절에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은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그 믿음은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하나님께서 상(응답) 주심을 믿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에녹은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었고, 그 하나님께 드린 기도의 응답을 믿었다.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늘 기도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에녹이 탁월한 믿음으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 그의 일상 속의 기도다. 유진소 목사는 “기도의 사람”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에녹은 일상의 기도로 하나님과 동행했음을 강조한다. 유진소 목사는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았던 비결이 바로 기도라고 주장하며, 유 목사는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며 드린 일상의 기도를 <에녹의 기도>라고 부른다. 에녹은 일상의 기도를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이 있음을 보여 준다.
첫째, 늘 기도하기 위해서는 하나님 존재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살아 계신 하나님을 믿는 자만이 생활에서 기도를 드릴 수 있다. 히브리서 11장에 등장하는 믿음의 사람들은 살아 계신 하나님을 믿었다. 그들은 살아 있는 믿음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했고, 일상의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님의 능력과 권세를 일상의 삶에서 누릴 수가 있었다. 에녹과 같은 일상의 기도는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믿을 때 가능하다.
둘째, 일상의 기도를 드리려면 응답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응답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기도할 수 없다. 기도 응답에 대한 믿음은 기도하는 사람이 누리는 축복이다. 기도할수록 기도 응답에 믿음이 강화된다. 에녹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에녹이 그 험한 세상을 살면서 어떻게 하나님과 동행할 수가 있었을까? 하나님께서 살아 계실 뿐만 아니라 기도에 응답하신다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 하나님을 경험한 것이다.
셋째로 일상의 기도는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요구한다. 친한 친구는 자주 만난다. 친한 친구는 감추는 것이 없다. 하나님과 친밀하면 하나님과 자주 대화(기도)한다. 하나님께 감출 것이 없는 사람이 일상의 기도자다. 하나님과 동행한 에녹은 하나님과 자주 대화하며 일상의 기도를 드린 것이다. 일상의 기도를 드린 에녹은 삶의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다. 믿음의 본질은 하나님의 실존과 하나님의 응답을 믿는 것이다. 이런 믿음이 있으면 기도하게 된다. 그러므로 기도하는 믿음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 기도하는 사람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 일상의 기도는 매일 매 순간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기도다. 이런 기도를 드리며 살았던 에녹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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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2025